매출 70% 날아가고 자금고갈…中企들 생존기로

■코로나 중증 걸린 산업계
제조·서비스 등 全업종 벼랑 끝
"대출 상환 유예 등 특단책 절실"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경기도에 위치한 한 제조업체. /서울경제DB

경기도에 위치한 재활용 업체 A사의 김모 사장은 요즘 속이 타들어 간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거래업체들이 공장에 외부인 출입을 차단해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오랜 거래 관계를 강조하며 “우리를 믿어달라”고 해도 “회사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김 사장은 “공장에서 자재 수거 자체가 안돼 매출의 70%가 날아갔다”며 “정부가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유예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한숨지었다.

10일 코로나19로 인한 중견·중소기업의 자금 압박이 극심해지고 있다. 수출·내수 모두 꽁꽁 얼어붙으면서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부터 절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미 유동인구 급감에 따른 소비절벽으로 도소매, 여행 등 서비스업 분야 영세업체들은 생존을 시험받는 단계까지 왔다. 한 전시 업체 사장은 “5월까지 행사 및 전시가 전부 취소됐다”며 “더 갑갑한 것은 2월과 3월에 예정됐던 행사 전시물을 미리 사전 제작했는데 자금을 회수할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책자금의 신속한 지원, 대출만기 연장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두 달 내 부도를 맞는 업체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무로에서 직원 10여명을 두고 있는 한 인쇄 업체 사장도 “기대했던 선거 특수마저 실종돼 매출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며 “이 추세면 조업 단축과 무급휴가를 사용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한국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선박 수리 조합은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박 중 70%를 차지하는 러시아 배들이 3월부터 부산항 입항을 거부하면서 실적 타격이 크다. 이 조합 관계자는 “매출이 3분의1로 줄었다”며 “절반가량의 업체가 개점휴업인데, 현 상태가 2~3개월 이어지면 남은 기업도 다 나가떨어질 판”이라고 답답해했다. 한 금형 업체의 사장은 “중국으로부터 금형 부품도 제때 조달되지 않고 있고 무단결근하는 외국 인력도 많다”며 “방역비용이라도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한 자동차 부품 중견 업체는 중국 현지 공장의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3월 매출 목표를 연초에 세웠던 것보다 60% 낮췄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버겁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전략 담당 임원은 “중국 사정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해 상반기 내내 매출 절벽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부담이 있어도 경제보상금(퇴직위로금)을 쥐어 주고 직원을 내보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털어놓았다. 한 화장품 업체의 임원도 “중국 현지 공장의 가동률은 50%, 직원 출근율은 70% 수준인데 직원 월급은 정상 지급하고 있다”며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의 입국제한으로 사업 차질도 심화 되는 양상이다. 한 전자부품업체 임원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활용하는 기계 대부분이 국내 설비다 보니 교체·수리 등에 국내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공항에 들어가자 2주간 격리 조치가 이뤄져 2~3일 업무 보려고 20일을 허비해야 돼 일단 출장은 동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 진출한 원격의료 분야 소프트웨어의 한 사장도 “급할 때는 일본에 아침에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올 때도 있는데 판로 개척이 사실상 막혔다”며 “3~4월 내내 사태가 장기화 되면 해외 거래에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비상시국인 만큼 금융권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비용은 평소대로 나가는 판에 일감 급감이 장기화하면 멀쩡한 기업도 휘청거릴 수 있다”며 “신속한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금 만기연장 및 분할상환 유예, 대출이자 유예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상훈·양종곤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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