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마를 우려에 두산·항공사 채권값 급락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경색속
두산重 비롯 두산 계열사 채권 금리 껑충
5,000억 조기상환땐 부도 가능성 우려
코로나 확산에 실적악화 직격탄
대한항공 회사채도 4.9%까지 올라
아시아나 색동이ABS도 약세


글로벌 하이일드(고위험등급)채권 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 현금 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국내 BBB등급의 회사채 가격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 관련 채권과 그룹 차원의 유동성 우려가 커지는 두산(000150) 관련 계열사들의 채권 금리가 연일 오르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034020)은 당장 5,0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시작되면서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코스콤에 따르면 두산중공업48 무보증회사채 가격이 이날 9,400원선까지 내리면서 금리는 5.8%까지 뛰어올랐다. 채권 가격이 내리면 채권 투자 수익률은 그만큼 오르게 된다. 액면가 1만원인 이 채권은 10일까지만 해도 1만160~1만 180원, 수익률 2.5~2.6%선에 거래가 됐으나 채권 조기상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총 발행금 5,000억원인 이 채권의 당초 만기는 2022년 5월이지만 채권 보유자들은 조기상환권리(풋)를 행사할 수 있다. 행사기간은 3월5일~4월6일, 상환일은 5월4일이며 행사가격은 1만308원이다. 즉 이론상으로는 현재 시장에서 9,500원에 채권을 사들여 풋을 행사하면 두 달 만에 8%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상환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채권 보유자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다. 약 5,000억원의 채권 중 1,000억원은 계열사가,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조기상환이 대거 몰릴 경우 당장 현금 여력이 없는 두산중공업은 유동성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그룹차원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계열사로 신용리스크가 번지면서 ㈜두산을 비롯한 두산인프라코어·두산퓨얼셀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채권 가격도 빠르게 하락했다. 두산중공업56 무보증회사채(만기2020년 9월·표면금리 4.8%)는 이날 11.5%선까지 금리가 뛰었다. 이 채권은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수익률 4%대에 거래됐다. 두산인프라코어31무보증회사채도 지난 3일까지는 4.4%에 거래됐으나 10일부터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오르며 12일에는 7%선까지 금리가 올랐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관련 채권들도 약세다. 아시아나항공의 운임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색동이 유동화증권(ABS)’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현재 색동이ABS의 잔존 발행금액은 6,868억원으로 월별 만기도래 금액은 100억~ 400억원이며 최장 만기는 2022년 11월이다.

색동이 21차 1-16(만기 2020년 6월·표면금리7.17%)의 경우 금리가 최근 7~8%대까지 급등했다. 이 채권은 2월 초까지만 해도 수익률이 4%대였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금리가 연일 뜀박질하고 있다. 대한항공 회사채 역시 최근 들어 4%대 이상으로 금리가 올랐다. 신용등급BBB+인 대한항공회사채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2% 후반대에 유통됐으나 12일에는 4%를 넘어섰다. 더구나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검토’로 하향 조정했다. 뚜렷한 개선사항이 없을 시 6개월 내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같은 회사채 시장의 불안 조짐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유가 급락으로 인한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시장의 경색되는 흐름에서 BBB등급의 국내 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특히 BBB등급 회사채는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거의 대부분 판매됐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기업들이 BBB등급에 포진돼 있어 채권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 연쇄 신용사건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가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