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동안 주요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이 2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가계소득이 직격탄을 받았다는 분석과 함께 짧은 기간 지나친 증가 원인으로 급락한 주식시장이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로부터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는 고신용자들이 주식투자 용도의 신용대출까지 받으면서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해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3월 한 달(27일 기준)간 신용대출 잔액은 113조3,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무려 2조4,363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례적으로 급감했던 지난해 3월(5,013억원)을 제외하고도 3월 기준 통계 집계가 가능한 최근 3년(2016~2018년) 평균 증가액(1,338억원)의 18.2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지난해 3월 감소분까지 반영할 경우 올해 3월 신용대출 증가분은 최근 4년간 3월 평균치의 무려 286배에 이를 정도다.
최근 신용대출은 지난해 10월 전월 대비 1조6,894억원 증가한 게 최대치였다. 이후 올 들어 1월 2,247억원 감소한 뒤 2월에 1조1,925억원 늘었다. 통상적으로 1년 만기 신용대출은 연말·연초 상여금 등의 계절적인 효과로 1·4분기 감소세를 보이다 하반기 휴가와 명절 등으로 다시 증가하지만 올해는 2월부터 대출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전부터 해결하겠다는 대출 수요를 지목한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신청한 후에도 시간이 지연되자 당장 인건비 등의 지출이나 가계 생활비를 목적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속도나 규모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이미 휴가(8월)와 명절(10월) 등의 계절적인 요인으로 일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달 25일 113조1,128억원의 잔액을 기록한 신용대출은 이틀 만에 1월 2,247억원의 감소 규모와 맞먹는 2,021억원이 늘어났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고신용자들이 대출 대열에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를 본 저신용자 대출만으로는 대출이 한 달 새 2조원이나 늘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계좌 수나 순매수 금액은 기록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로 당장 급전도 해결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있는 반면 저금리 상황에서 부담 없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이 혼재해 있다”며 “금융시장에 ‘코로나19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