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의 정기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포사격 훈련지도 등 군 행보를 재개해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은 연초 밝힌 ‘정면돌파전’의 예정된 일정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흔들림 없이 진행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정권의 안정성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훈련날짜를 밝히지 않았지만 하루 시차를 두고 최고 지도자의 행보를 공개하는 북한사회 특성상 김 위원장은 9일 군 행보를 재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마치 포탄에 눈이 달린 것만 같이 목표를 명중하는 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말하는 등 훈련 결과에 크게 고무됐다.

김 위원장은 “박격포를 비롯한 경포와 중무기들을 작전과 전투에 잘 이용하기 위한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계속 포병중시, 포병강화의 구호를 내들고 포병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추가 무력도발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김 위원장의 군 행보가 예정된 북한의 동계훈련을 소화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동계훈련이 막바지인 듯 하다. 북한의 동계훈련은 정확히 12월 1일부터 3월까지라고 정해진 것이 없다”며 “4월에 했으니 이걸 굳이 춘계훈련이라고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동계훈련의 일환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교적 재래식 구형 무기인 박격포 훈련을 지도한 데 주목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유독 포병훈련을 많이 한다. 이는 과거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을 포병술의 천재라고 띄우던 것과 무관하지 않고 또 현 총참모장인 박정천이 포병국장 출신이라는 점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북한의 경제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항공훈련이나 탱크와 같은 경우 연료가 필요할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작은 비용으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구식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에 대한 관심을 통해 군 사기를 올리는 효과 등을 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군 행보를 재개한 것은 지난달 21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인 전술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을 지도한 이후 약 3주 만(보도날짜 기준)이다.


한편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도 대북제재강화로 응수했다. 미국 재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기관을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북제재강화법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알렸다. 이번 개정은 작년 12월 의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킨 이후 관련 내용 집행에 필요한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재무부 차원에서 이뤄진 후속 조치다. 특히 이번 대북제재강화법 규정에는 국방수권법 내에서 일명 ‘오토 웜비어법’으로 불리는 강력한 대북 제재 조항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오토 웜비어법에는 북한, 그리고 북한과 관련된 외국인에 대해 새로운 세컨더리(제3자) 은행업무 제재를 강화하고 무역 기반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북제재강화법은 미국이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만든 법다. 재무부는 관련 법이 개정될 때마다 이 법의 규정을 꾸준히 개정해 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