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초기 경제발전 과정에서 농업의 기계화 등을 통한 산업인력 확보와 충분한 식량 공급은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수원국이 가장 원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농업생산 분야인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명실상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다. 세계 최초의 사례이다. 당시 출범한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이 10년을 넘고 있다. 현지의 농업 여건에 맞는 최적의 마을 단위 모델을 우선 실증하고, 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사업으로 현재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에 20개 센터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코피아 사업에 참여한 현지 농가들의 반응은 뜨겁다. 아프리카 케냐의 양계농가는 병아리 생존율이 약 80% 높아지고, 사료비도 줄면서 소득이 9.2배 늘었다. 필리핀의 경우 벼 우량 종자 보급사업으로 수확량이 18% 늘고, 소득이 1.3배 늘었다. 파라과이에서는 생산량이 38% 많은 참깨 품종을 개발해 소득을 1.7배 높였다. 현지 시범마을을 통해 확산 중인 베트남의 땅콩, 에콰도르의 감자, 스리랑카의 양파 등 우수한 종자 생산기술에 주변국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
사업 성과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코피아센터의 설치를 희망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현재까지 14개국에 이르고 있다. 그중 파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2개국에 올해 중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은 현재 농촌진흥청이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대륙별로 운영하는 농업기술 협력네트워크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를 통해 해소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과 한·튀니지 총리회담의 후속 사업으로 진행 중인 사막 등 건조지역 물 절약 기술과 스마트 팜 기술보급을 연계해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 20개국이 참여한 벼 육종사업은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세네갈에 등록한 우리나라 통일벼 계통의 이스리(ISRIZ)라는 품종은 세네갈 대표 품종인 사헬(Sahel)보다 2배 많은 수량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6,000㏊에서 내년 2만㏊로 재배면적이 대폭 늘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유엔 특별기금으로 전 국토의 토양지도를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토양정보시스템인 ‘흙토람’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협력해 아시아 13개국과 기술을 공유하며, 오는 2023년까지 아시아 토양지도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도국을 돕는 것은 당연하고도 영광스런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케냐 순방 때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발언은 과거를 교훈 삼아 국제사회에 기여할 때 지녀야 할 자세를 함축하고 있다. 최근 개도국에서 불고 있는 농업기술 한류는 문화예술 분야에 못지않다. 이들 나라가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에게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당연히 농업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