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여 20%를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정의선(사진)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동참한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의 급여 반납은 지난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당시에는 전 계열사 임원들이 임금의 10%를 반납했다.
현대차그룹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 임원 1,200여명이 이달부터 급여를 20% 자진 반납한다고 밝혔다. 급여 반납 종료 시기는 각 계열사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자동차산업 경영환경 악화와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각 계열사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코로나19 종합 상황실’을 마련해 글로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회사 측은 또 각종 예산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비용절감에도 나설 계획이다. 다만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 등은 차질없이 진행해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000270)는 코로나19가 미국을 비롯해 유럽·인도 등으로 확산하면서 현재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해외 공장이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수출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도 자동차 강판 등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기로 생산량을 줄였고 서울 잠원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이 거의 올스톱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오는 23일 1·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현대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현대차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324억원이었지만 현재는 7,126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3.6% 감소한 수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소비절벽으로 생산해봐야 재고만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국내 공장 가동도 멈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차-현대모비스(012330)-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