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실적을 3월에 결산하는 일본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순이익 추산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3월 결산 실적 예상 수정치를 공개한 337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1~2월 총 5조3,000억엔(64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 것에서 46%(2조4,000억엔)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닛케이가 분석한 기업은 일본 3월 결산 기업 전체의 20% 수준이어서 전체 순이익 축소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업종 가운데는 일본 산업을 이끄는 자동차 업종의 타격이 컸다.

닛산자동차는 올 2월까지만 해도 650억엔의 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첫 적자(850억~950억엔)를 기록할 것으로 실적 추정치를 대폭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신차 판매가 급격히 줄면서 1,500억~1,600엔 정도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덴소도 올 3월 결산 순익이 당초 예상치보다 1,570억엔 주는 것으로 실적 추정치를 수정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 및 상사 등 자원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석유정제 판매업체인 일본 최대 기업 JXTG홀딩스는 재고 평가손이 급증해 당초 예상치보다 순익이 4,550억엔 감소하면서 3,0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도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부문의 손실이 확대됐다며 올 3월 결산 순익 규모를 당초 제시했던 것에서 3,900억엔 낮춰 잡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내수 기업들도 초라한 성적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도쿄디즈니랜드 등을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올 3월 결산 최종 순익이 애초 예상치보다 140억엔가량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때문에 도쿄디즈니랜드 등이 문을 닫는 바람에 1~3월 87억엔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도 원래 수익 예상치에서 180억엔이 감소해 110억엔의 적자를 봤다.

주요 기업 실적 악화의 여파는 고용 시장으로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28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3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이 1.39배로, 3년 6개월 만에 1.4배 이하를 기록하면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닛케이는 신규 채용이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위축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일본의 실업자 증가가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리먼 사태’ 당시의 100만명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