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치 디지털 전환이 두 달 만에 일어났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변화를 이 한 줄로 정리했다. 재택근무·원격수업에 따른 클라우드컴퓨팅 수요 확대가 근간이 됐지만 이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일시적 경제쇼크로 여겨졌다. 위기가 해결되면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경기 흐름은 리먼사태 전으로 회귀하지 않았다. 리먼사태 이전의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7%대 이상이었으나 이후 곤두박질쳐 1~2%대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의 파고는 더욱 거세다. 아예 교역량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산업 전반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는 ‘포스트 코로나’다. 낙관론자들은 경기충격으로 치부했지만 호텔, 면세점,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위기감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리먼사태 때보다 우울한 것은 당시에는 현금을 가진 몇몇 포식자의 인수합병(M&A)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 위기로 매각마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비중이 60~70% 이상인 5성 호텔에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으니 도심 특급호텔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고 했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실적하락은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고 회복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의 85% 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근간은 성장이지만 이제는 역성장 시대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모두의 희망사항일 뿐 기업도 소비자도 체감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와중에 마스크나 방역·진단키트처럼 코로나19로 웃는 기업과 업종이 등장했다. 상황논리에 기대 코로나19 이전에는 돋보이지 않았던 업종의 선전과 함께 코로나19로 혜택을 받은 기업도 있다. 간편식을 주종으로 한 기업이나 배달전문업 등은 코로나19를 기회로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코로나19로 망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기회를 맞은 기업도 나오며 산업생태계가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실적이 하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1등과의 격차를 줄인 곳도 있다. 이 같은 혼돈의 시대에 몇몇 후발주자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19의 혼돈이 사라지고 리먼사태,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이를 평가할 시점이 되면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은 어느 기업의 무용담이 흘러나올 것이다. 코로나19의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