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기아차 최대 수출부두인 평택항을 찾은 송호성(가운데) 기아자동차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수출차량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기아차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이 기아차의 최대 수출부두인 평택항을 찾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 송 사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수출 시장의 판매 회복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기아차는 현지딜러 지원과 맞춤형 프로그램 등으로 위축된 해외시장을 최대한 빨리 원상복구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기아차는 송 사장이 지난 20일 평택항을 직접 찾아 직원들에게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차량의 품질을 점검했다고 21일 밝혔다. 3월 최고경영자(CEO)가 된 송 사장은 기아차 수출기획실장과 유럽총괄법인장을 역임한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수출 시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커리어”라고 말했다. 평택항은 7,500대가 선적 대기할 수 있는 기아차 최대 부두로, 글로벌 193개국으로 차량이 수출된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4월에는 5만2,000여대가 평택항에서 선적됐지만 지난달에는 2만4,000여대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송 사장은 이날 수출 차량의 내외관과 배터리·타이어 상태 등을 꼼꼼히 살피고 현장 직원들에게 철저한 품질점검을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아차 전 부문이 기본에 충실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온 현대·기아차의 저력을 코로나19 시기에도 구현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국가별로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가동해 해외 판매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할부금 납입 유예, 홈 딜리버리 서비스, 인터넷 판매,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이달 중순부터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기아차는 당신과 동행합니다(#KiaMovingWithYou)’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제활동이 멈추다시피 하면서 영업을 중단했던 딜러망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도 시행한다. 판매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딜러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고 차량 구매대금에 대한 이자 지원 등 정책을 딜러들과 함께 펼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기아차는 올해 범유럽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개발해 하반기 독일에서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차량 구매의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조사가 자동차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딜러들과 협업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 또한 싱가포르·호주·홍콩·인도에서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해 판매를 하고 있고 이를 다른 국가들로 빠르게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해외공장 생산도 유연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주력모델인 K5, 쏘렌토의 신형 모델이 출시되는 미국 조지아공장에서는 신차 양산을 위한 설비 구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현지에서 호평받고 있는 텔루라이드의 생산량도 늘려 시장 수요에 맞게 공급을 확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코로나19 이전의 해외 판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