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차익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수가 단기간 급등한 탓에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에 투자했던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출구 시기를 찾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자칫 올 들어 25조원 이상 쏟아부으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도 인버스 투자의 성과에 따라 퇴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월19일부터 5일까지 이어진 반등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총 2조5,000억여원어치의 ‘코덱스 200 선물 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여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순매수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005930) 순매수액(1조820억원)보다 2.5배 정도 많은 규모며 4월 국제유가 급락으로 자금이 몰린 WTI 원유 선물 ETF(1조2,000억여원)마저 웃돈다. 여기에 코덱스 인버스 ETF(5,106억원), TIGER 200 선물 인버스 2X ETF(754억원), TIGER 인버스(123310) ETF(138억원) 등 인버스 상품들까지 포함할 경우 총 3조원 이상을 인버스 ETF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곱버스’로 부르는 ‘코덱스 200 선물 인버스 2X’를 비롯해 인버스 상품에 투자를 집중한 것은 증시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곧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개인들은 1,400포인트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1,600선과 1,700선을 돌파했던 3월 넷째 주(23~27일)에는 6,443억원을 순매수했으며 한 주 사이 140포인트가량 급등하며 1,900선을 내다봤던 4월 둘째 주에는 4,78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지수는 3월 말 이후 이렇다 할 조정기를 경험하지 못했다. 코스피지수가 3월19일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한 경우는 단 두 차례(4월20~21일, 5월11~12일) 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1% 이하의 하락에 그쳤다.
지수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인버스 투자자들도 대부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술적으로 만약 3월 넷째 주에 곱버스를 평균 매수단가인 9,280원에 사들여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손실률은 45%가 넘는다. 2,100포인트를 넘어섰던 지난주 곱버스를 평균 5,380원에 샀다고 가정해도 현재 5%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등 반등장에서 소외됐던 대형 우량주들이 급등하면서 개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자 증권가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3월 급락장에서 삼성전자를 담은 투자자들이 지금 매도했을 경우 20% 이상의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올해 동학개미운동의 성과는 인버스 상품 투자 결과가 나와야 가늠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개인들은 4월 국제유가 급락을 틈타 변동성 높은 원유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 적지 않은 손실을 보기도 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장중 2,200선을 넘는 등 동학개미운동이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버스 ETF를 고려하면 완전한 성공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평균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수익이 났겠지만 인버스 ETF로 손해를 확대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