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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리 가격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에 비해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에 베팅한 투기적 수요 역시 구리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민감 원자재가 안전자산 대비 꾸준히 강세를 이어가려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확인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전기동 3개월물의 톤당 가격은 전일보다 25.5달러(0.45%) 오른 5,7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기동 3개월물이 톤당 5,70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3월4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3월23일 4,626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23.2% 올랐다. 대표적 경기민감재로 꼽히는 구리는 전선·합금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는 특징 때문에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금 비율(금 가격 대비 구리 상대가격) 역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3월26일 LME 전기동 3개월물 가격은 영국 런던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의 2.93배 수준에 그쳤지만 이달 9일에는 3.33배까지 올랐다. 구리·금 비율은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를 가늠하는 지표로 주로 쓰인다. 지난해 연평균(4.35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원자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7을 기록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중국 제조업 경기 팽창을 기대하는 심리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5월 비가공 구리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8% 증가한 43만6,031톤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중국 내 원자재의 실제 수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 외 지역에서의 경기 회복세도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구리 가격 추이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중국 외 지역에서도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경기 회복세가 포착돼야 구리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에 ‘투기적 수요’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는 다른 원자재에 비해 투기적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전 고점을 회복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 구리 가격 상승이 펀더멘털보다 경기 개선 기대에 힘입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