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숨값은 단 20달러인가" 울분 터뜨린 플로이드 동생

美 하원 법사위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해
"형의 죽음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길" 호소
민주당, 이달 중 경찰 개혁 법안 처리 방침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인 필로니스 플로이드가 10일(현지시간) 민주당의 경찰 개혁 법안을 검토하기 위해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그는 이날 플로이드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다./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가 10일(현지시간) “흑인의 목숨값이 단 20달러(약 2만3,000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형 플로이드가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의 한 편의점에서 20달러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체포되는 도중 경찰의 무릎에 8분 46초간 목이 짓눌려 사망한 것을 가리킨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AP통신 등에 따르면 필로니스는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발 (흑인들의) 고통을 멈추게 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경찰 개혁 법안을 검토하기 위해 모인 하원 의원들에게 “형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며 경찰의 인종차별과 과잉진압을 구조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필로니스는 “형은 목숨을 애원하면서도 경찰을 (존칭인) ‘서(Sir)’라고 불렀다”며 연행 당시 플로이드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형은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이제는 제발 나와 우리 가족의 외침, 전 세계 거리에 울리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필로니스는 전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플로이드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날 필로니스는 형의 얼굴과 이름, ‘숨 쉴 수 없다’는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숨 쉴 수 없다’는 플로이드가 사망 직전 경찰의 목에 짓눌려 마지막으로 남긴 말로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구호로 자리 잡았다. 이날도 필로니스는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장례식장에서 “형이 숨 쉴 수 없다고 외쳤을 때 넥타이를 더 이상 맬 수 없었다”며 “숨 쉬고 싶어서 넥타이를 매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두번째) 하원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8분 46초동안 한 쪽 무릎을 꿇고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8일 민주당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연행 중 목을 누르는 제압 방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 개혁 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이달 중 하원에서 처리한 뒤 상원으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할 정도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민주당 법안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공화당은 팀 스콧 상원 의원의 주도로 별도의 경찰 개혁 법안을 마련해 백악관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