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19단지 전용 90.9㎡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 4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평형의 매물이 올 5월에는 8억2,200만원에 팔렸다. 3년 사이 3억5,000만원가량이 오른 것이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 84.2㎡도 이 기간 5억2,000만원에서 8억4,5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껑충 뛰었다. 노원과 도봉구는 비교적 저가 단지들이 몰려 있어 자산이 적은 무주택 서민들이 찾는 외곽지역인데 이제 이곳에서도 4억원대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경제가 서울은 물론 수도권 등 6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의 3년 전과 현재의 실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적게는 1억원, 많게는 4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무주택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저가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민 주거를 안정시킨다며 무려 21번째 대책을 내놓았지만 풍선효과 등 규제의 부작용으로 고가는 물론 중저가도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서울 외곽지역의 4억원 미만 아파트는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
4억 이하 서울아파트 25만 가구가 3년 만에 사라졌다 |
지역별로 보면 영등포구의 경우 2017년 5월 4억원 이하 아파트가 1만4,143가구였으나 올 5월에는 1,159가구만 남아 무려 91.81%가 줄었다. 동작구와 성동구 등 현 정부 들어 인기 주거지로 떠오른 지역은 4억원 이하 가구가 거의 없어졌다. 동작은 4,012가구에서 226가구, 성동은 3,490가구에서 158가구로 쪼그라들었다. 노원·도봉·강북과 구로·금천·관악구 등 외곽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억원 이하가 구로는 3만2,000여가구에서 1만여가구로 줄었고 노원도 9만여가구에서 4만여가구로 절반 정도 사라졌다. 다른 외곽지역 모두 50%가량 줄었다.
이는 실거래가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본지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3년 동안 저가 아파트 값은 크게 상승했다.
단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랑구 중앙하이츠 전용 84.9㎡는 3년 전만 해도 3억3,15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2억원가량 오른 5억4,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도심 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서대문구 구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홍은벽산 전용 84.7㎡의 경우 이 기간 3억8,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뛰었다. 3억원이던 아파트가 이제는 5억~6억원대 단지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다른 외곽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악구 관악드림타운 전용 84.9㎡는 3년 전만 해도 4억9,500만원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7억8,000만원으로 8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강서구와 구로구 등의 5억원대 아파트 역시 이제는 7억원 이상을 줘야 장만할 수 있다.
서울 너머 수도권까지 번지는 규제發 풍선효과 |
12·16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수원·용인·성남 등에서도 대다수 중저가 단지가 1억5,000만~2억원 정도 올랐다. 수원 영통구 망포현대아이파크1차 전용 84.9㎡가 2017년 5월 3억4,800만원에서 5억2,500만원으로, 용인 수지구 벽산블루밍 전용 59.9㎡는 같은 기간 3억1,000만원에서 4억8,500만원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성남 수정구 은행현대 전용 84.6㎡ 또한 3년 만에 3억5,000만원에서 5억7,5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뛰었다. 남양주 와부읍 덕소두산위브 전용 84.9㎡는 2017년 3억4,500만원에 거래된 뒤 큰 변동이 없었지만 최근 1억원 가까이 올라 올 5월 4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집값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난감해진 무주택 실수요자들 |
규제 발표 이후 시장이 잠시 주춤하다가 반등하면 또다시 추가로 대책을 내놓는 정부의 모습도 시장 왜곡에 한몫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급하게 규제에 나서면서 시장의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감소로 서민이 오히려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서울경제DB
실제로 서민들이 그나마 남은 서민용 아파트를 사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KB의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가 가격 하위 20%(1분위) 아파트를 사기 위해 드는 기간은 2017년 5월에 15.2년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0년이 됐다. 이는 월급 등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드는 기간이다. 임병철 부동산114센터장은 “규제의 부작용 외에 앞으로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저가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코로나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야 할 때지만 규제 부작용으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2% 오르며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흥록·권혁준·양지윤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