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중국의 최대 통신기기업체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감산에 나선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화웨이를 겨냥해 제재를 강화하면서 스마트폰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 받는 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복수의 거래처에 조달계획을 변경한다고 전달했다. 한 전자 업체는 올해 1월에만 해도 화웨이로부터 스마트폰 2억4,000만대분에 해당하는 부품을 주문받았지만 이달 초에 10%만큼 주문 규모를 줄이겠다고 통지를 받았다. 조달 계획을 반기 중에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른 반도체업체의 한 간부도 지난달 중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발표가 나온 직후 화웨이로부터 올 3·4분기 부품 구매가 계획에 비해 20% 줄어들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화웨이는 연말 발매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이달부터 양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복수의 해외 부품 업체들은 일단 별도의 통보가 있을 때까지 생산을 그만두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처를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스마트폰 설계 역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자사가 설계한 첨단 반도체의 대부분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인해 미국산 장비를 이용해 만든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은 오는 9월부터 금지되기 때문에 화웨이는 TSMC로부터 반도체 조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미 TSMC는 미 제재 이후 화웨이로부터의 신규 수주를 중단한 상태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P30 프로 기종./위키피디아 캡처
이에 따라 화웨이가 향후 대체 조달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5세대(5G) 스마트폰 등 고급 기종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체된 상태지만 5G 스마트폰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품 업체들은 올해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약 1억대 생산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미 제재에 직면한 화웨이는 대만의 반도체 개발설계 업체 롄파과기(聯發科技) 등을 통해 반도체를 조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부품 확보가 불안한 상황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감산을 추진하면서 주변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용 광학렌즈 세계 최대업체인 대만의 다리광전(大立光電)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 23% 줄었다. 미즈호 증권의 나카네 야스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 대수 전망치를 기존 2억대에서 10% 인하했으며 내년 이후 기술 로드맵이 1년 정도 정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미국산 부품 비중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5월에 나온 제재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주요 일부 부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됐지만 부품의 자립화를 추진하면서 미국산 부품 비중은 11%에서 1%까지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제재는 미국의 장비나 기술을 활용한 전 세계의 반도체 업체에 적용되는 만큼 화웨이가 받을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