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기지 인근 바다에서 해조류 군집 조사를 위해 잠수하는 모습(위)과 해조류 큰잎나도산말(아래 왼쪽)과 산말류(아래 오른쪽)
흔히 지구온난화라고 표현되는 기후위기 현상이 30년 만에 남극 해조류의 분포를 바꿔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조류의 종류는 지난 1988년 25종에서 30년 뒤 27종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해조군집 간 유사도가 48.2%로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군집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모여 있는 생물 집단을, 유사도는 두 집단 사이 생물종의 분포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뜻한다.
이 같은 분석은 최한구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김정하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세종기지가 위치한 남극 킹조지섬 맥스웰만 연안의 5개 지점에서 2016~2018년 해조류를 조사해 30년 전 해조류 분화와 비교해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해조류 중 큰잎나도산말이 감소하고 산말류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 것은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산말류는 큰잎나도산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환경을 선호한다.
물론 해조류 생태계는 수온 이외에도 주변 빙하가 녹으면서 유입되는 물질이나 펭귄 등 극지동물 서식지에서 배출되는 영양분에 의해 교란될 수 있다. 연구팀은 해조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리해 정확한 상관관계를 밝혀낼 계획이다.
극지방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취약한 지역이지만 중위도나 열대지방과 달리 해조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한 연구가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남극에서 처음으로 30년 전후 동일 지점의 해조류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1저자인 고영욱 박사와 최한구 책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가 남극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