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스위스퍼펙션에 저희가 먼저 매각 의사를 물어봤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인수를 진행했습니다.” 인수합병(M&A) 매물 리스트에도 없던 스위스 명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이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품에 안기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다.
SI는 스위스퍼펙션을 시작으로 향후 국내외 성장 가능성 높은 뷰티 브랜드의 M&A를 통해 한국의 로레알·엘카그룹과 같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뷰티 그룹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국내 뷰티기업 최초로 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에 성공한 SI는 스위스퍼펙션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에 갇힌 국내 뷰티산업의 해외 영토를 미국과 유럽으로 넓힌다는 복안이다.
14일 SI는 스위스퍼펙션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수백억원대로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 초다.
스위스퍼펙션은 지난 1998년 론칭한 최고급 스킨케어 브랜드로 모든 제품을 스위스의 전통과 기술력에 기반해 생산하는 ‘100% 스위스 메이드(Swiss-made)’로 유명하다. 최첨단 노화방지 솔루션을 개발, 유럽·아시아·중동 등 약 20개 국가의 최고급 호텔과 요트에 있는 스파와 프라이빗 클리닉을 통해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제품인 세럼과 크림류 가격은 50만~100만원대. 스위스퍼펙션의 핵심기술은 아이리스 뿌리에서 추출한 ‘셀룰러 액티브 아이리사(Cellular Active IRISA)’라는 식물성 세포 재생 복합체로 이번 인수를 통해 SI는 이 원료 제조의 원천기술도 확보하게 됐다.
SI의 스위스퍼펙션 인수는 뷰티사업을 키우겠다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SI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퍼펙션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며 “스위스퍼펙션은 SI가 먼저 매각 의사를 물어봤던 브랜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근 SI가 화장품 제조사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지분 50%를 인터코스에 전량 매각하고 실탄을 확보한 것도 뷰티 브랜드의 브랜딩과 유통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뷰티 대기업들이 M&A를 통해 사업 확장에 성공한 것처럼 SI도 스위스퍼펙션을 시작으로 ‘한국의 로레알그룹’과 같은 글로벌 코스매틱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SI는 현재 기업간거래(B2B)로 운영되고 있는 스위스퍼펙션을 국내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시켜 글로벌 소매시장(B2C)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3년 내 중국에도 진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스위스퍼펙션은 스파 형태로 밀레니엄힐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등에서 운영 중이다. 앞서 SI는 2012년 적자를 보던 국산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해 특히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 2,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자체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스위스퍼펙션으로 사업 기반을 강화하면서 향후 비디비치와 연작 등의 해외 진출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비디비치와 연작 등이 스위스퍼펙션의 영업망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길한 SI 코스메틱부문 대표이사는 “스위스퍼펙션 인수는 SI가 글로벌 뷰티 명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외 브랜드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등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