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물에 밥만 말은' 부실급식에 "먹을거리로 장난치는 일 용납할 수 없어"

원희룡 제주지사/연합뉴스

제주도 일부 어린이집 급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같은 불량 급식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원 지사는 23일 도청 집무실에서 자치경찰단과 보육부서, 위생부서 관계자 등과 함께 ‘어린이집 불량급식 의혹제기’와 관련한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갖고 “자치경찰단과 위생부서, 보육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합동점검반을 편성, 강력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우선 시민단체를 통해 신고가 접수된 어린이집 30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통해 고발조치 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도는 어린이집에 대한 불시 위생점검을 상설화하는 한편 주방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식단표와 실질 배급식단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급식 공개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해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급식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도는 도내 어린이집 488곳을 대상으로 △보존식 보관 적정성 △위생기준 준수 여부 △개인위생 △시설·설비 △식재료 공급·유통·구입·보관·조리·배식 단계별 위생관리 등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어린이집 급식이 양과 질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제주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제공한 점심./연합뉴스

앞서 원 지사는 이번 어린이집 부실 급식 논란과 관련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실하고 비위생적인 급식이 적발될 경우 반드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도내 어린이집 급식 실태를 점검 중에 있다”며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성실한 보육시설이 오해받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살피겠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원 지사는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이 부모 마음인데, 두부 한 조각 들어있는 멀건 국과 재탕한 죽이 어린이집 급식이라니 정말 화가 많이 난다”면서 “어른들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먹을거리로 장난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원 지사는 “부모님들께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린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도 불안해하시는데, 밥걱정까지 하게 해서야 되겠나”라며 급식 실태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전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내 일부 어린이집 급식의 양과 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실 급식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노조는 “정부가 이달 초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설치 급식소에 대한 위생 점검에 나서면서 현재 제주지역 어린이집에서도 대대적인 위생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면서 “하지만 이번 제주도 보육행정 당국의 전수조사에 대해 벌써 보여주기식 점검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어린이집 급식이 양과 질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제주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제공한 점심./연합뉴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실제 제공했던 급식과는 다른 내용의 급식 관련 서류를 한꺼번에 준비하는가 하면 그동안 아이들에게 제공했던 음식 재료를 숨기는 한편, 불량한 위생 상태를 덮기 위해 급식실을 청소하는 어린이집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에서 제공하고 있는 부실 급식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적은 분량의 쌀밥과 작은 두부 한 조각만 들어있는 국, 생설살 조금과 잘게 썰린 깍두기가 있는 식판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면서 노조는 “제주 시내 한 어린이집의 경우 점검이 나오는 날을 제외한 1년 내내 아무런 반찬 없이 국이나 물에 밥만 말아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먹이고 있다”고도 했다.

노조는 이어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오전에도 죽, 오후에도 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조리 2시간 후 폐기 원칙을 무시하고 오전에 아이들에게 제공한 죽을 오후에 다시 데워 제공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급식과 관련한 어린이집 시설 운영을 감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집 부실·불량급식 문제 신고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센터는 제주지역 어린이집 500여개소, 4,000여명에 달하는 보육교사 노동자로부터 직접 신고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조는 “그동안 도 보건당국에 부실·불량 급식과 관련한 대책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보건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현장 노동자로부터 직접 부실·불량 급식 사례를 신고받아 재차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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