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업이 늙어간다... 제조업 신생기업 비중 7% 그쳐

한은 '신생기업 거시경제적 영향'보고서
고령화 심화에 노동공급 절벽
후속주자들 없어 경제활력 둔화
창업 없인 고용창출 '그림의 떡'
규제장벽 낮춰 스타트업 키워야


한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신생기업들이 줄고 있다. 중후장대한 전통 제조업은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제조업의 바통을 이어받을 신생기업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영 딴판이다. 기업 생태계도 ‘저출산 고령화’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생기업이 줄어들면 그만큼 경제 활력은 떨어지게 된다.

29일 한국은행 조사국 소속 오삼일 과장과 이상아·강달현 조사역이 발표한 ‘신생기업 감소와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에서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2년 19.0%에서 2018년 11.7%로 줄었다. 인구구조 변화와 각종 시장진입 규제 등으로 신생기업이 감소한 결과 기업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고령화는 노동생산성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고용창출능력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실질 부가가치액을 나타내는 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시장진입 초기 단계인 1년 이내 36%까지 올랐다가 2~3년 10.1%, 4~8년 6.4%, 9~13년 5.9%, 14~18년 5.0% 등 급격히 떨어졌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기업일수록 신기술과 신상품 도입을 통한 혁신이 이뤄지고 학습효과도 크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고용창출률과 고용소멸률의 차이를 나타내는 순고용창출률은 2001~2002년 2.6% 수준에서 2017~2018년 1.4%로 1.2%포인트 하락했는데 대부분 창업 3년 이내 기업에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고용탄력성이 높은 업력 7년 이하의 젊은 기업이 줄어들 경우 경기가 회복해도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기업 내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제조업 등 뿌리산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사회 전반적인 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중소기업은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국가 경제의 엔진이라고 하는 제조업이 고령화·외국인화되면서 기술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힘들어져 맥이 끊길 수 있는데, 이는 분명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온다”며 “젊은 층에게 중소기업 등이 매력적인 직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신생기업 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막으려면 창업이 쉽도록 정부가 규제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상품시장 규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터키·이스라엘·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규제 수준이 높았다. 세계은행이 올해 발표한 진입장벽 규제 순위에서도 폴란드·멕시코·이탈리아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기업의 등장이 어려워진 만큼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오 과장은 “국내 기업의 시장진입비용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신생기업의 시장진입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하고 실업률은 하락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며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손철·조지원·연승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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