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아시아나 재실사 기간 확 줄여야"

이동걸-정몽규 ‘최종 담판’ 재회동 관측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12주 아시아나항공(020560) 재실사’ 요구에 기간을 크게 단축하자는 역제안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현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인수가 무산되면 현산이 재실사 거부를 계약 파기의 책임 전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2일 “재실사 기간을 확 줄여서 역제안하면 현산 측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산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 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한 주된 이유였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의 인수 의지 진정성에 의심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수를 전제로 한 재실사라면 몰라도 현산이 재실사 결과를 인수 발빼기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 요구한 대면 협상을 현산이 받아들이지 않고 금호 측과 자료 공방만 벌이는 점도 채권단이 인수 진정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이 계약금 이외 돈을 더 태우든지 경영진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여는 등 인수를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방법은 많다”며 “대면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인수 주체가 마땅하지 않아 채권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결말을채권단도 바라고 있다.

채권단의 재실사 기간 단축 카드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차입금 급증, 당기순손실 증가 등 현산이 지적하는 항목 가운데 꼭 필요한 항목만 추려 압축적으로 재실사를 하는 방안이다.

채권단은 또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된 만큼 이달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권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28일 ‘8월 12일 이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현산에 보냈다.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되고 10영업일이 지난 날까지 유상증자를 끝내고 이후 계약 조건 불이행을 기다려주는 ‘치유’ 시간까지 더한 시점이 이달 12일이다.

현산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확인하려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은은 이번 주중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간담회 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회장은 지난 6월 25일 전격적으로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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