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병주, 신원식 의원실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첨단전력 구축방안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비서실의 강남 다주택 논란과 부동산 정책 이슈 등으로 여당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미래통합당(전신 새누리당) 지지율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선 가운데 민주당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낙연 당 대표 후보는 지난 13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에 대해 “경기침체, 고용불안, 집값 상승, 상대적 박탈감, 원활치 못한 국회, 민주당 일부 구성원의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 긴 장마와 집중호우의 피해 등으로 국민의 답답함과 실망이 누적된 결과”라며 “당의 기풍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후보도 같은 날 “그동안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통합당이 못해서 받아온 반사이익이 있다”며 “그러나 (통합당이) 김종인 체제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자 중도층 국민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지지율로) 표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고 평가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지율 역전의 가장 원인이 ‘부동산’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민들이) 부동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이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부동산 규제가) 국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점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의 잇따른 자성의 목소리에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제는 ‘당의 기풍쇄신’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기의 민주당’ 통합당에 지지율 역전...이낙연 “당의 기풍쇄신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올바른 진단”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쇄신을 하려면 ‘주체’가 필요한데, 그 주체가 없다”며 “당의 헤게모니는 친문세력이 쥐고 있다. 그 아래로는 완장부대들이 설친다”고 맹폭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관료주의 하의 공무원처럼 아무 소신 없이 그냥 의원배지 보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며 “그러니 눈치 보며 거수기 역할만 충실히 할 뿐이다. 게다가 쓴소리 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준 바 있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서 누가 목소리를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진 전 교수는 개혁의 주체를 ‘차기’들로 보면서도 “일단 ‘차기’가 되려면 당에서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당이 이미 친문에게 완전히 장악된 상태”라며 “노무현의 경우 노사모와 같은 당 밖의 열성적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상황을 돌파해냈지만,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당 밖의 열성 지지자들이 모두 친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력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후보과 이재명 지사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이 후보를 놓고는 “어차피 위험을 무릅쓰고 상황을 돌파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바라봤고, 이 지사에 대해선 “겨우 ‘국민이 뭔가 새로운 기대를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지만, 그 자신도 그 발언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갈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랬다가는 바로 정치적 죽음을 맞을 테니까”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진 전 교수는 “어느 정도 국민들의 화가 풀리고,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초기의 혼란이 수습되면, 지지율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에 망조가 든 상태라, 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다. 당이 변하지 않는 이상 사고는 계속 터져나올 테니”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기사 마지막을 보라. (이 후보가) 위기 수습책으로 ‘열린민주당’과 통합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느냐”며 “지지율 떨어뜨린 그 요인을 더욱 더 강화하겠다는 거다. 제 정신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여론조사가 발표되던 날 민주당은 ‘상훈·국립묘지법 개정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고(故) 백선엽 장군의 파묘 등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수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 장군 등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몰아내는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