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과 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광촉매의 성능을 개선한 UNIST 공동연구팀 사진. 김철민 교수(오른쪽)과 제1자인 김진균 연구원(왼쪽 3번째). /사진제공=UNIST
물과 태양광 만으로 청정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광촉매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양광수소생산 시스템의 상용화 연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의 이재성 교수팀은 태양광과 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광촉매의 성능을 개선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태양광수소 생산 시스템의 전극을 구성하는 광촉매는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H2O)에서 수소(H2)를 만든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수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낮추고 동시에 생산량은 늘리는 이중기능성이 있어 수소 생산 효율이 높다.
청정연료라고 여겨지는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개질시켜 얻는다. 그러나 화석연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역설이 있어 일명 ‘그레이 수소’라 불린다. 물과 같은 무궁무진한 원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직 가격경쟁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낮추고 수소 생산량은 늘릴 수 있는 값싼 촉매가 필요하다.
이재성 교수팀은 산화철을 ‘코어-쉘’(core-shell) 이중구조로 만드는 방법으로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 동시에 수소 생산량을 늘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에너지 소모를 나타내는 반응 개시 전압은 일반 산화철 전극에 비해 270mV(밀리 볼트) 만큼 떨어지고, 수소 생산량을 나태는 지표인 전류밀도는 기존 산화철 촉매보다 66.8% 증가했다. 앞서 개발된 대부분 촉매가 둘 중 하나에서만 성과를 보여온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촉매 물질로 사용된 산화철(Fe2O3)은 녹슨 철에서 볼 수 있는 붉은 물질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쉽다. 또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의 파장 대역도 넓다. 하지만 내부의 전하(전자) 전달 문제 때문에 실제 이 촉매를 썼을 때 수소 생산 효율이 높지 않았다.
연구팀은 산화철을 이중구조로 만들어 물질 내부 전하 전달 문제를 개선한 고효율 촉매를 개발했다. 탄탈럼(Ta)이 도핑된 산화철 중심부(Core)를 도핑 되지 않은 산화철 껍질(Shell)이 감싸고 있는 구조다. 마치 연필과 같은 구조의 나노 막대이다. 이 막대 입자들을 도자기 만들듯 구워 광촉매로 이뤄진 전극을 만들었다. 소결 반응에서 흑연과 같은 마이크로웨이브 흡수체를 써 단시간 동안 높은 온도에서 소결이 가능하다.
이재성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상용화의 분기점인 수소 생산 효율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에 개발된 촉매로 이러한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고 연구 의미를 전했다.
한편, 이재성 교수는 태양광 수소 생산을 20여 년간 연구해온 이 분야 석학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후변화대응 사업의 지원을 받아 앞으로 5년 내에 이 기술을 ‘태양광 수소차 충전소’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 연구를 수행 중이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허민 짱 (Hemin Zhang) 연구교수, UNIST 연구지원본부 정후영, 신태주 교수, 중국 대련 물리화학 연구소 (DICP)의 씨우리 왕(X. Wang), 홍씨엔 한(H. Han), 찬 리(C. Li)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9월 15일 자로 공개됐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