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사진제공=베트남 총리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투자확대를 논의하며 현지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 내 주요 사업장들을 직접 점검하며 투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으로 수출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신남방 전진기지인 베트남 시장 공략을 확대해 수출다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남방 거점 베트남 집중 공략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이 부회장이 배터리·스마트폰 관련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SDI가 베트남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휴대폰 배터리를 조립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납품하는 현지 조립라인을 갖고 있지만 배터리 제품 관련 생산라인은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장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순위는 LG화학,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4위다. 삼성SDI는 최근 헝가리 괴드 공장 라인 증설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운영 중인 4개 라인에 4개의 신규 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신규 라인 구축시 삼성SDI는 헝가리에서만 20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SDI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이 바로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과 푹 총리가 단독 회동을 통해 배터리 사업 협력에 관한 사전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해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에 반도체 등 첨단 제품 생산기지를 신설하면 법인세 면제 등 파격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해왔다. 삼성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담당한다.
◇배터리·스마트폰 투자방안 논의 가능성
이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 하노이에 건설 중인 모바일 연구개발(R&D)센터와 박닌성 스마트폰 공장, 디스플레이 사업장 등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출장 일정에 노태문 IM(IT·모바일)사업부 사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동행한 이유다.
이 부회장의 이번 베트남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중심이었던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위한 밑그림 작업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심이 베트남에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내 가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톈진에 있는 TV 공장과 장쑤성 쑤저우의 PC 공장도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생산기지 다각화의 중심에 베트남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따라 신제품인 ‘갤럭시Z폴드’의 생산량 중 20%를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베트남에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올해 1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은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월 중국에 이어 10월에만 두 곳을 연달아 찾으며 글로벌 사업 점검에 여념이 없다. 이 부회장의 다음 해외 출장지로는 일본이 거론된다. 일본은 최근 기업인 입국 절차가 간소화됐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기업들을 만나며 ‘소프트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KDDI 등 삼성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납품하는 고객사들과 만나 내년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5G 시장 전략 점검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고있다./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