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 / 사진=키이스트 제공
배우보다는 모델로, 베테랑보단 신예로 시청자들에 각인돼 있었던 지수가 배우로서의 진가를 인정받은 작품이 탄생했다. 지수는 지난 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에서 ‘서환’을 맡아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의 감정을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섬세하게 그려냈고, 이는 지수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서환은 어리다고 치부 받는 자신의 사랑을 숨기면서 자신이 먼저 사랑한 여자가 형수가 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우선시했던 이타적인 환도 결국 사랑을 하면서 성장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지수도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배우로서 자신이 성장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Q. 이번 작품을 끝낸 소감은?
-5개월 간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감정적으로도 어려운 연기였고, 힘들기도 했고, 어떤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랄까? 후련한 기분이 가장 컸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오늘은 또 어떻게 이 촬영을 다 끝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들과 스트레스가 동반됐을 터라 끝났을 때는 굉장히 홀가분했던 것 같아요.
Q. 세 사람의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나름 만족하는 결말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열린 결말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어떤 결말을 내도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키기는 힘든 이야기였기에, 열린 결말로 맺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저나 수향 누나나 배우들 입장에선 멜로드라마인데 마지막까지 서환과 예지의 키스신 없었던 게 아쉽기도 했었어요. 원래 대본에는 많이 있었는데 상황과 요건에 따라 수정하다 보니 표현이 많이 순화됐죠. 섬세하고 플라토닉적인 사랑이 드라마의 콘셉트였기에 배우로선 아쉬움이 있지만 받아들이고 잘 표현하려 했어요.
Q. 서환을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매 순간 부담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다 힘들었어요. 그 때부터 이중적인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죠. 환은 수면 아래 꿈틀거리는 본능을 억제하며 이성을 잡으려 했고, 마음이 왔다갔다하기도해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어요. 지금도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지만 큰 문제나 무리 없이, 결과적으로 잘 마쳤다는 것에 그나마 만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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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환과 본인이 닮은 점 혹은 다른 점은?
-닮은 점은 어느 정도 가족에게 잘 하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본인이 좋아해야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라는 점이에요. 다른 점은 이타적인 환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우선시하다 사랑하면서 본인의 행복도 찾게 되는 성격이었다면, 저는 일단 1번이 저의 행복이에요. 그래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본인도 절절히 한 여자만을 사랑 할 수 있을까?
-저는 사실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형과 결혼하게 되면 받아들이고 이해해서 다른 사랑을 찾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만 전 타협을 잘 할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것 같다. 먼저 사랑했으니 건들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거나 ‘형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대가 선택하게끔 둬보자’ 등 그런 타협과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아요(웃음).
Q. 환의 사랑을 통해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바뀌었는지?
-환의 가치관이 멋있어서 환의 대사 중 하나를 메모해 놓은 게 있는데 ‘내가 바라는 건 그 사람을 갖는 게 아니라 행복하길 바라는 거.’에요. 나는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나의 행복 때문에 상대를 만나는 걸까 아님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만나는 걸까? 나도 환의 멋진 가치관을 두 스푼 정도 섞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환이에게 많이 배웠죠.
Q. 극 중 ‘그게 하고 싶어요. 내 인생 망치는 거’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주위의 반응은?
-요즘 시청자분들을 납득할 수 있을까? 설득이 될까? 고민이 많았던 장면인데 뜨겁게 받아들여주셔서 저 역시도 신기했어요. 대사가 주는 힘이 커서인지 실은 되게 어려웠어요. 수향 누나가 연기를 잘해서 눈빛을 주고 받다 보니 본능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슬픈 눈으로 바라보면서 또 슬픈 눈을 바라보면서 본능을 합리화하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
Q. 임수향, 하석진과의 연기호흡은?
-너무 좋았어요. 석진 형님, 수향 누나 두 분 다 베테랑이시고 연기를 잘하셔서 실제 그 인물들처럼 보였고, 감정도 잘 느꼈던 거 같아요. 두 분을 모니터하면서도 많이 배웠어요. 실제로는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셋 중에는 막내라 잘 챙겨주셨던 것 같아요. 특히 수향 누나 덕분에 늘 일편단심이었던 환이에게 몰입이 잘 됐어요. 어려운 신을 연기하면서 같이 몰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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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가예’가 본인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면?
-제가 성장했다고 확실히 느껴요. 이 작품을 끝내고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막연하긴 하지만 경험치를 쌓았으니 ‘이제 더 잘 할 수 있겠다’였고, 기대감 들었어요. 연기를 20년 이상 하시고, 또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연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들 때가 있기도 해요. 하지만 또 그렇기에 재밌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갈수록 고민도 깊어질 테고 연기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많이 성장하게 해 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고, 시청자들에게는 지수의 20대 한 때, 지수의 순한 맛과 매운 맛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Q. ‘내가예’에 이어 차기작 ‘달이 뜨는 강’ 주연을 맡았다. 바쁜 활동을 이어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배우라면 당연히 작품과 연기를 하고 싶듯 본능적인 것 같아요. 곧 20대가 지나가는데 더 좋은 작품 남기고 30대를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30대 때는 지금보다 더 성숙했으면,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하고 있는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장르는?
-전 작품과는 안 겹쳤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새로운 거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이해가 되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가 기준이기는 한데 요즘들어 드는 갈증은 ‘이루어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에요. 로맨티 코미디도 좋고, 뭐든 이뤄지기만 하면 돼요. 못 이뤄진 게 한이 됐어요(웃음).
Q. 끝으로 지수가 가장 예뻤을 때는?
-지금이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사실 외적으로는 지금이 아닐 수 있겠으나 어제보다는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싶어 하는 신념이 있어서 지금이라 생각하고 또 믿고 싶어요.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