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한 이유는?

3일 김정숙 여사 국립 서울맹학교 방문
靑 인근 시위 소음에 대한 文 사과 전달

김정숙 여사가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손끝으로 만나는 세상’을 주제로 열린 제94주년 점자의날 기념 점자대회에 참석해 점자찍기 체험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국립 서울맹학교를 방문해 시각장애 학생들과 점자대회를 함께 하며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점자의 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점자를 직접 체험한 김 여사는 “제가 점자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그 안에서의 색채와 느낌이 어떻게 손을 통해서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며 “오늘 제가 손풀기를 해보니 굉장히 어려운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문 대통령이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얘기를 꼭 전해주고 나도 꼭 가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맹학교에서 진행된 제94주년 점자의 날 기념 점자대회에 참여했다. 서울맹학교는 청와대에서 차로 5분여 거리에 떨어진 곳이다.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셈이다. 더군다나 시각장애 학생들은 시각 대신 청각에 의존해 학습하는 만큼 학습에도 지장을 받아 학부모들과 보수단체가 충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각별히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점필로 점자를 찍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한 김 여사는 이어진 간담회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 여사는 “청와대 지척인데 여러 가지 사회적 시위, 집회가 있어서 교통 방해, 소음에 의해 학교 교육의 지장으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고 학부모들도 참다 참다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매번 들었다”며 “그 고통이 저희는 인근에 있어서 너무 뼈저리게 뼛속 깊이 느껴졌다”고 공감했다. 김 여사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소리에 민감한 학생들을 위해 소리가 나지 않는 옷과 신발을 착용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가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손끝으로 만나는 세상’을 주제로 열린 제94주년 점자의날 기념 점자대회에 참석해 시각장애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경숙 학부모 회장은 김 여사에게 “와주셔서 감사하고 그동안 우리끼리 행사였는데 여사님이 오셔서 사회적 관심이 생길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아들이 어린 시절 점자를 공부하고 점자책 읽었던 경험 떠올리며 “점자는 와 닿지 않았는데 오늘 학생들과 직접 점자 읽어보니 아이들이 손끝으로 오감과 감성을 느끼고 세상을 읽는 것이 대단하며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학생들의 무한 가능성 보았다”며 “지금 코로나로 장애학생들이 학습이나 돌봄 등에서 더 어려움이 있고 학부모와 교사들도 고통스럽지만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잘 넘겨서 함께 사는 사회 만들기를 바라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점자의 날은 일제강점기 서울맹학교에 재직하던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6점식 한글점자(훈맹정음)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김정숙 여사의 오늘 행사가 그동안 생소한 점자의 날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장애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소망이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