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 美대선과 함께 등장 타임스퀘어 전광판

1928년 '후버, 대통령 당선' 뉴스 첫 송출


‘후버, 스미스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 1928년 11월 6일 오전, 뉴욕타임스가 새로 설치한 대형 옥외전광판에 띄운 첫 뉴스다. 브로드웨이 중심가에 위치한 뉴욕타임스는 사옥 벽에 전구 1만 4,800개로 구성된 전광판을 대선 결과 확정일에 맞춰 완공했으나 고민이 없지 않았다. 개표가 늦어지거나 막판까지 혼선을 빚을 경우를 걱정해서다.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후버의 압승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알 스미스 후보를 맞아 후버는 득표율에서는 58.2% 대 40.8%를 기록했으나 48개 주 가운데 40개 주를 휩쓸었다. 선거인단 확보 444명 대 87명으로 끝난 미국 3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출생을 신고한 대형 전광판 뉴스는 날씨에서 스포츠 경기까지 다양한 소식을 알리며 타임스퀘어 광장과 더불어 뉴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단 1초라도 앞선 특종도 쏟아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망부터 일본의 항복, 존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인간의 달 착륙, 리처드 닉슨 사임 등 이 전광판의 역사는 현대사 그 자체다.


‘지퍼’(zipper)라는 애칭을 얻게 된 이 전광판을 홍보하며 뉴욕타임스는 ‘All the news that’s lit’라는 안내 문구를 달았다. ‘모든 소식을 빛으로!’, ‘빛을 통해 소식을 전합니다’ 라는 해석과 함께 ‘여기 실리는 모든 뉴스는 최고’라는 다중적 의미가 포함된 문구다. 광고 문안(카피)의 모범으로도 남아 있다. 지퍼는 전달 수단의 다양화를 넘어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인근 빌딩마다 거대한 전광판이 등장하며 20세기 초까지 홍등가였던 타임스퀘어 지역은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경기 부침과 수차례 손 바꿈에도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은 ‘흥행 보증수표’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약진하는 과정에서 이 광고판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광고판이 최첨단으로 개조되면서 하드웨어가 한국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뀌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한국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의 유료 광고는 물론, 한국의 남녀 아이돌 그룹과 심지어 트로트 가수까지 소개하는 영상물이 송출 목록에 올랐다.

탄생 92주년을 맞는 세계 최고가 옥외전광판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개표 집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건만 승자의 겸손과 포용, 패자의 승복과 축하는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후버 시대의 개막을 알린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은 인근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세계 대공황도 지켜봤다. 바라노니 타임스퀘어 전광판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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