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뒤 인터뷰 중 활짝 웃는 문경준. /사진제공=KPGA
지난 시즌 우승 없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을 탔던 문경준(38)이 5년 만의 우승 기회를 잡았다.
문경준은 6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CC(파72)에서 계속된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떨어뜨린 문경준은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이어 5년 만의 통산 2승째를 노린다.
6번홀 티샷 하는 이수민. /사진제공=KPGA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를 기록한 지난 시즌 상금왕 이수민도 선두다. 시즌 2승, 통산 5승 도전. 권오상이 1타 차 단독 3위에 오른 가운데 제네시스 대상·상금 1위 김태훈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8언더파 공동 11위로 내려갔다. 대상·상금 3위 이재경이 4타를 줄이고 9언더파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려 역전 수상 가능성을 키웠다. 대상·상금 2위 김한별은 2언더파 공동 57위. 1타가 모자랐으면 컷 탈락할 뻔했다. 다음은 문경준과 일문일답.
-경기 소감은.
△1라운드보다 핀 위치가 까다로웠다. 티샷할 때 전략을 꼼꼼하게 세웠고 어려운 상황을 맞았을 때 리커버리가 잘 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 경기 초반에는 바람이 거의 없었는데 후반 홀 들어서면서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분지 형태의 홀이 몇 개 있는데 그 홀에서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헷갈리기도 했다.
-올해 우승 기회를 여러 번 맞았지만 후반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
△2015년 첫 우승을 하고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골프선수라면 모두 우승에 목 마르다. 나 역시 그렇다. 우승에 대한 기대도 크다. 조바심을 갖지 않고 우승을 하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감이 좋아 흐름만 잘 타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스스로 보기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선두권에 있을 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직전 비즈플레이 대회에서 우승자인 이원준 선수와 최종 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했는데 그 선수를 옆에서 지켜보니 나처럼 긴장도 많이 한다. 하지만 흐름이 좋으니 긴장감을 갖고 경기해도 결국 우승을 했다. 우승할 때가 되면 나도 그렇지 않을까.
-3·4라운드 전략은.
△이곳에서 처음 대회를 치른다. 2개 라운드를 돌았지만 아직 제대로 코스에 대해 모른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그린 위 플레이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그린 컨디션은 이번 시즌 열린 대회 중 제일 좋다. 그린 스피드도 빠르고 수분도 충분하다. 관리가 정말 잘 돼 있다. 하지만 그린 경사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이점에 신경 써서 경기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최종전이었던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유지하다 최종 라운드에서 샷 난조로 우승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최종전에 그 경험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솔직히 다 잊었다. 당시 결과는 지금도 알지만 상황이나 과정 등은 다 잊었다. 특별히 의식되고 있지는 않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즌 초반 걱정을 많이 했다. 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국가적으로도 그렇지만 KPGA와 대회 스폰서들이 정말 대처를 잘 한 것 같다. 특히 방역 관련 부분은 가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고 완벽했다. 이 자리를 통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선수들도 협조를 잘 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에 대해 그동안 신경을 많이 안 쏟고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 등의 건강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어제 숙소에서 TV로 야구 경기를 관람했는데 많은 관중이 모였다. 우리도 하루빨리 갤러리 분들이 입장하면 좋겠다.
-예년에 비해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 같은데.
△아들이 셋이다. 8세·5세·3세. 올해 초반 대회가 없다 보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집에 있으면서 공부도 가르쳐줬다. 놀아주기도 하고 좋은 곳도 많이 데려갔다. 그러면서 ‘내가 아빠인데 그동안 아이들에게 제대로 아빠의 역할을 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도 예전과 다르게 내가 대회장으로 가면 ‘아빠, 언제 와?’라고 연락하면서 아쉬워한다. 빨리 오라고 떼를 쓸 때도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