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같은 진시황릉, 너무 커 훼손 면해

[최수문의 중국문화유산이야기] <9-1> 2,000년을 버틴 ‘진시황 병마용’
2,000년간 상당히 허물어졌는데도
높이 51m·둘레는 1,700m나 달해

진시황릉의 모습. 병마용에서 1.5㎞ 서쪽에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진시황 병마용(秦始皇 兵馬俑)은 필수 관람 코스다. 다만 정작 병마용의 주인이던 진시황(기원전 259~210년)의 무덤, 즉 진시황릉의 방문자는 많지 않다. 진시황릉은 병마용에서 1.5㎞ 서쪽에 위치하니 멀지는 않다. 병마용 박물관에서 진시황릉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진시황릉이 인기 없는 이유는 방문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산 같은 봉분 중턱에 대형 비석이 하나 서 있을 뿐이다. 지난 2,000년 동안 상당히 허물어졌는데도 현재 산(봉분)의 높이가 51m, 둘레는 1,700m나 된다. 중국의 역대 왕릉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진시황은 왕위에 오른 직후부터 수십만명을 동원해 자신의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후계자였던 아들 ‘2세 황제’가 39년 만에 무덤 공사를 마무리했다.

발굴이든지, 도굴이든지 역대로 진시황릉 내부의 보물을 노리는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진시황릉은 이미 완성 초기부터 숨길 수 없을 만큼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 거대한 규모가 사람들의 훼손 욕심을 방해했다. 이를테면 ‘대마불사’인 셈이다. 지난 2007년 조사에서 지표면으로부터 35m 아래에 ‘지하궁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국 정부는 고고학 기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무리하게 발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측은 무덤 산의 정상 등반을 금지하고 대신 순환하는 길을 내 산책할 수 있게 했다.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안의 풍경도 장관이다.
/글·사진(시안)=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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