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우 권해효, 장동윤, 염혜란, 홍준표 감독. / 사진=명필름 제공
한국 현대 노동 운동사의 상징,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또 한 번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11일 오후 영화 ‘태일이’ 제작 보고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홍준표 감독과 배우 장동윤, 엄혜란, 권해효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로, 전태일 50주기를 앞두고 명필름과 전태일 재단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 명)을 제작한 명필름과 스튜디오 루머, 전태일 재단이 손을 잡은 영화 ‘태일이’에는 라이징 스타 장동윤과 연기파 배우 염혜란, 권해효, 진선규가 열연하며 진정성 있는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노동자 권리를 위해 희생한 노동 운동사의 상징적 인물 ‘전태일’을 다루지만, 홍준표 감독은 20대 초반의 친숙한 청년 태일이의 모습을 좀 더 심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노동의 상징이란 모습보단 20-21살의 젊은 형, 동생 같은 청년 태일이의 모습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태일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그 때 당시 근로기준법을 제일 먼저 찾아봤는데 큰 틀이 다르지 않더라. 많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며 “현재 노동자의 시각으로 그 때 당시 이야기를 재해석해보고 싶었고, 친구 같은 태일이의 모습 끌어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배우 권해효, 염혜란, 장동윤. / 사진=명필름 제공
장동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밝고 남을 위하는 따뜻한 청년 ‘전태일’을 목소리로 연기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전태일 평전을 읽어보며 그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면서 “힘든 상황·극한 상황 속에서도 본인의 어려움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들을 챙기는 전태일의 따뜻한 마음이 인상 깊게 느껴졌다”고 자신이 맡은 역에 대해 느낀 점을 설명했다.
이어 “‘태일이’는 흔히 생각하는 국한된 전태일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의 삶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조명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며 “현대사에서 기록할만한 인물을 목소리로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었고,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기꺼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장동윤은 “전태일 열사가 실제로 평전에서도 글도 되게 잘 쓰시더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어떤 고민들을 해왔고, 어떤 아픔과 힘겨운 상황 속에서 살아왔는지 잘 느껴져서 그런 것들을 인간적인 차원에서 목소리 연기할 때 염두했다”며 “실제 전태일 열사가 고향이 대구 출신인데 저도 대구 출신이다. 어머니와 연기할 때도 사투리 쓰는 부분, 정서적인 것, 억양도 많이 낯설지 않고 도움이 됐다”고 연기에 임한 자세를 전했다.
염혜란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 바쳐 일했으며, 전태일 사후 그가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뜻을 이어나간 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여사를 맡았다. 그는 “배우로서 많이 영광스럽고 기쁘지만 한편으론 실존 인물 연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참여하고 있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 좋고, 남은 작업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이소선 여사에 대해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책을 찾아보고 읽어봤다. 저희 어머님들처럼 특히나 많이 고생하셨고, 따뜻한 청년 태일이를 응원하고 믿고, 사랑하셨던 분이셨더라”라며 “노동자의 어머니로 사시기 전에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그런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명필름 제공
소년 전태일이 일했던 동대문 평화시장 한미사 사장 목소리 역에는 권해효가 열연을 펼친다. 권해효는 “처음 제작보고회를 했던 2018년부터 2년이 넘는 긴 작업을 통해 제작이 완성됨을 알려가는 자리, 긴 시간 중 일부에 참여했을 뿐인데 이 작품 자체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면서 “뜻 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제 역할이 악역이자 가해자 역이지만, 당시 노동환경이 만들어낸 피해자이기도 하다”면서 “한미사 사장 역을 제안 받을 때, ‘저 사람도 저 사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거야’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소년 전태일의 일생, 그를 둘러싼 환경과 그 당시 사람들을 착취했던 사회적인 부조리, 그 안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홍감독과 배우진들은 2021년 개봉을 앞둔 ‘태일이’에 대해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권해효는 “이 영화를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50년 전 열악해서 죽음과도 같은 공간에서 살아남아야했던 어두운 기억보단 5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와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이유, 타인에게 연민을 가졌던 한 청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담고 있는 영화”라며 과거에 더 뜨겁게 옆을 바라봤던 청년의 이야기로 봐주길 바랐다.
염혜란도 “아이들에게 ‘전태일이란 인물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야기 해줄까?’ 생각하면 슬프고 비통함이 생각나서 주저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태일이’ 애니메이션이 훌륭한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보고 얘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장동윤은 “전태일 평전에서 읽었던 상황들이 요즘이라 해서 전혀 없는 것도 아니어서, 과거의 시대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가깝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 많이 떠올렸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영화 ‘태일이’는 인간 전태일의 모습을 따뜻하게 잘 그려내고 있고, 큰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끝으로 홍준표 감독은 “그때 당시 혼자 가슴 태웠을 태일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많이들 보러 와주셔서 응원하고 힘 실어주면서 다독이고 위로해줬으면 한다”고 “단순히 작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태일이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는 2021년 개봉 예정이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