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머닛돈’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갈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특활비를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윤 총장 ‘패싱’은 물론이고 검찰 수사에 대한 개입 소지가 있어 일선 검사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일선 검찰청에 직접 배정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특활비는 일반 예산과 달리 법무부가 기획재정부에서 받아 자체 사용 금액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대검찰청에 전달하면 검찰총장이 수사상황에 맞게 일선 지검에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앞으로는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법무부가 직접 일선 지검에 배분하는 방식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의 기본 원칙에 따라 법무부가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의 권한을 뺏는 게 아니고 주무부서가 예산을 배정하는 원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특활비 직접 배정 카드까지 꺼낸 것은 여야의 정치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활비 논란은 지난 5일 추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서 윤 총장의 ‘주머닛돈’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법사위 의원들이 9일 대검을 방문해 법무부와 대검의 특활비를 현장 검증하는 등 정치적 이슈로 비화됐다. 특히 특활비 사용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총장이 9일 차장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작심 발언을 통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자 법무부가 강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법무부의 예산 직접 배분 방식 검토 여부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활비는 예산의 특성상 수사와 직결되는데 법무부가 정부에 유리한 수사를 하는 지청의 예산을 확대하고 정치적으로 불리한 수사를 하는 지청의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활비 배분권을 총장에게 준 것은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사건을 지휘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특활비를 장관이 배분하면 수사를 직접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에 이어 특활비 배분을 통해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일선 검사도 “검찰총장의 존재 이유를 사라지게 하는 처사”라며 “각종 감찰 지시로 궁지로 몰더니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특활비 직접 배분을 당장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전날 법사위의 특활비 현장점검에서도 야당 의원이 “장관이 직접 특활비를 주는 것은 개별 사건을 직접 지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자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이지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