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회의 모습./연합뉴스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이 사건 관계자의 정신 병력을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 사생활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경우에는 내부 심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인권위는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정보로서 특별히 더 보호되어야 할 ‘민감정보’에 해당한다”며 “본인 동의 없이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사건 관계자의 병력을 공개하는 경우는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나와 있는 △신속히 범인을 검거해야 하거나 유사 범죄 예방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한 권익 침해를 회복시켜야 하는 경우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9월 21일 열린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정당한 절차와 사유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며 인권위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라는 결정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인권위는 경찰이 언론 브리핑에서 사건 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언론에 공개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는 내용의 진정을 지난 6월 접수했다. 해당 진정은 본인이 낸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각하됐지만 인권위는 경찰의 개인민감정보의 임의 공개에 대한 재발방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과 사회 통념을 감안할 때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실의 공개는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본인이 승낙한 범위를 벗어나 국가에 의해 임의적으로 자신의 정신 병력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상황은 불쾌감 이상의 감정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권위는 “이미 검거가 완료돼 공공의 안전 우려가 소멸된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당사자에게는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