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2차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의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을 의무화하는 일명 ‘한동훈 금지법’ 제정 검토를 지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심상치 않다. 친여 성향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일제히 위헌 우려를 제기하며 추 장관의 해임이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입법 검토 지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임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을 사실상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지만 도리어 추 장관 본인이 거취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참여연대는 13일 한동훈 금지법에 대해 공식 논평을 통해 “해당 법안을 검토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무소불위 검찰 권한의 분산과 축소라는 검찰 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입법 추진됐다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기된 ‘사법방해죄’ 사례를 비교하면서 한동훈 금지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의 사과나 해임을 요구하는 입장표명도 이어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한동훈 방지법에 대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법 제정) 지시에 대해 자기 성찰과 국민에 대한 사과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진보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도 이날 성명을 통해 “헌법 제12조 제2항에 규정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조차 부정하는 위헌적 법률 제정 지시”라고 성토했다. 이어서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는 문재인 대통령은 위헌적 행위를 지시하고 있는 추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거부하는 경우 국회가 나서서 탄핵 소추를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슈의 당사자인 한 검사장은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당사자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다. (법 제정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인권보호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법을 제정한다며 입법 검토 강행 뜻을 굽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사이버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 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형사 처벌이 아닌 이행 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제 방식을 마련하거나 인터넷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도 고민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