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정성호 예결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이 국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적당히 좀 하시라”고 했다가 여권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자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딱 한마디 했더니 하루 종일 피곤하다”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추미애 장관은 “친애하는 정성호 동지에게”라며 공개 메시지로 “너그러이 받아달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추 장관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도껏 하라’라는) 한마디 말씀으로 온종일 피곤하셨다니 민망하고 송구하다”라며 “예산 감시 활동을 조명받지 못하고 잡음만 조명이 돼 유감이라는 데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그런데 국회 활동을 경험하고 국무위원으로서 자리가 바뀐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국회가 시정해야 할 문제도 부정할 수는 없다”라며 “인사청문회가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과 정책역량을 검증하기보다 인신공격과 망신주기 때문에 자질을 갖춘 분마저도 쉽사리 국무위원 후보 되는 것부터 망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마찬가지로 공개된 회의에서의 질의나 토론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라면서 “장관에게 고성으로 반복된 질문을 퍼부으며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심한 자괴감도 들고,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도 불편함과 정치 혐오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활비(특수활동비) 몇십억(원)을 감독기관에 사후 보고조차 없이 쌈짓돈으로 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라면서 “이미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법사위원들이 대검에 가서 문서검증을 했지만 자료를 제대로 확인조차 못 한 채 돌아섰다”고 말했다.
특히 추 장관은 “우선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인지 아닌지는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근거 없이 그저 ‘썼어요? 안 썼어요?’ 하면서 범죄인 다루듯 추궁하는 반복 질의가 바람직한 예산심사였는지, 아니면 그저 장관에 대한 공격이고 정쟁이었는지는 판단에 맡기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정작 짚어야 할 ‘대검 특활비’ 문제는 ‘물타기’가 돼 덮어져 버렸다”면서 “그런 식으로 소중한 질의 시간을 허비하고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당하는 국무위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쏟아지는 자료 요구와 서면 질의로 인해 국감 시작 전부터 밤새우기를 밥 먹듯 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매우 미안한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추 장관은 정 의원을 향해 “서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개혁을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인한 것이라 여기시고 너그러이 받아주시기 바란다”라며 긴 글을 마쳤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장인 정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국민의힘) 의원과 격론을 벌인 추 장관을 향해 “정도껏 하세요”라고 질타해 화제에 올랐다. 정 의원은 이날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상위권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화제였다. 이날 친문 지지자들에게 수많은 문자폭탄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천 못 받고 싶냐” “당을 떠나라” “이재명 끄나풀이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정 위원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깝다는 것은 주요 공격 포인트였다. 이에 정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이같이 쓴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래서는 안된다”며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