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위기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모두 함께 살기 위한 신뢰와 균형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생활패턴과 기술도 과거보다 느슨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회 안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발전할 것입니다”
미래학자 정치훈(사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난 15일 조계종이 주최한 ‘2020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올 기술과 우리삶의 변화’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강연에서 “팬데믹 위기속에서 비즈니스측면의 기회를 엿본다면 온라인 기반의 교육·물류·헬스케어 등 관련 산업·기술들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코리아랩 자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기술영향평가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엑셀러레이터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의 파트너와 EM웍스 대표를 맡고 있는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전문가중 한명이다.
그는 “코로나 상황은 ‘코로나 이후’란 표현이 맞지 않을 정도로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사회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동시에 우리 의식주, 삶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시·환경면에서는 고밀도 건축물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인해 보건·방역과 안전에 용이한 건축디자인이 주목받고 실내 시스템과 건축설계에서도 큰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기업은 과거 최선으로 믿었던 무한성장에서 지속가능성과 혁신으로 가치관 변화가 예상된다”며 “대량생산·관리제어 중심의 조직도 구성원의 능력을 배양하고 상호 신뢰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환경 변화적응에 필수도구는 디지털이다. 정 교수는 경영분야 저널인 ‘유러피안비즈니스리뷰’가 최근 제시한 코로나위기에서 기업이 갖춰야 할 수칙을 인용했다. 그는 “디지털기술을 비즈니스와 교육에 적극 적용하고 인공지능(AI)인재를 잘 활용한다면 코로나 위기를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채널로 소비자들과 잘 소통하고 적시에 필요한 만큼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생산체계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주문형비디오 등 디지털 도구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향후 이를 반복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 교수는 관련산업의 발전성을 점쳤다. 그는 “2000년대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때 직접 매장을 가지 못한 중국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에 눈을 띄고 이때 알리바바도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며 “위기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수용성이 높아지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위기로 인해 글로벌 공급과 가치사슬에 의존한 국가와 기업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도 제조업 분야에서 대외 의존성을 낮추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지나친 글로벌화는 기회가 아니라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