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HMM CB청약에 10조 몰렸다

2,400억원 규모 공모청약에 10조원 몰려..39.73대 1
증시 활황에 'BB'투기등급 채권에도 쏟아지는 투심
만기수익률 3%...2년 후부터 조기상환 청구 가능


HMM(011200)(옛 현대상선)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 청약에 1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쏟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해운 물동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이 크게 뛴 덕분이다. 회사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HMM의 2,4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청약에 약 9조 5,400억 원 규모의 주문이 들어왔다. 경쟁률은 39.73 대 1로 7월 한진칼(180640)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경쟁률 24.45 대 1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신용도가 ‘BB(긍정적)’로 투기 등급이지만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침체 됐던 해운업황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회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HMM은 지난 2·4분기 영업이익 1,367억 원을 기록해 2015년 이후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4,137억 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줄었던 글로벌 해운 물동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4월 말 852.27까지 떨어졌던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이달 4일 2129.26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적 기관처럼 여겨지는 만큼 해운업황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최대주주 변경 등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며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가능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풀이했다.

회사의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주가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날 HMM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3.66% 오른 1만 2,750원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하던 3월 말 2,1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10월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환가액은 1만 2,850원으로 다소 높은 수준에서 정해졌다. 이번 전환사채는 오는 10일 상장될 예정이다. 만기 수익률은 연 3.0%, 표면 이율은 연 1.0%다. 만기는 5년이지만 2년 후인 2022년 12월 10일부터 3개월마다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기 상환 권리(풋옵션)가 있다. 회사가 중간에 채권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도 붙었다. 콜옵션 기간은 내년 1월 10일부터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