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일사천리로 법사위 문턱을 넘은 것과 관련,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공수처의 칼날이 문 대통령의 목을 딱 겨누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공수처법 날치기 통과는 검찰장악과 검찰지배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께 경고한다. 공수처가 생긴다고 자신을 향한 칼날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느냐”고 물을 뒤 “공수처법을 강행하면 대통령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돼 버린다는 사실을 거듭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전 의원은 또한 “정권교체 이후 적폐청산으로 물들였기에 누구보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봤어야 한다”고 상황을 짚고 “이제 와서 공수처 설치한다고 피해갈 수 없다. 그 공수처조차도 1년 후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정권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안전할 리가 없을 것임은 역사가 증명한 바”라면서 “오히려 지금의 이런 무리한 질주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을 더욱더 옭아맬 것”이라고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이 전 의원은 “이 얼마나 큰 비극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멈출 수 없는’ 광란의 질주를 시작한 듯하다”면서 “대한민국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이 비극으로 끝나게 될 듯해서 참으로 서글퍼진다”고 썼다.
그는 더불어 “이제 이 상황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하면서 “광란의 질주를 지금 당장 멈추라. 위헌적인 공수처법을 지금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가운데) 법사위원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려 하자 주호영(맨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애초 9시 시작할 예정이던 안건조정위는 시작부터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30여 분 동안 지속 된 여야 신경전에 지연됐고 본격적인 논의는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여권 조정위원 4명의 찬성으로 개정안은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 앞으로 모여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지만, 민주당은 안건조정위가 끝난 지 불과 30여분 만에 전체회의를 열었다.
애초 낙태죄 관련 공청회가 예정된 전체회의였지만,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공청회에 앞서 안건으로 공수처법을 상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위원장 주변으로 몰려들어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지만 윤 위원장은 굴하지 않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로 장내가 정리되지 않자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므로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곧 그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과반 찬성으로 의결을 선포했다.
위원장석을 둘러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날치기도 이런 날치기가 없다”며 “의원 되니 세상이 안 무서우냐” “대명천지에 이런 독재가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한편 국회는 10일 오후 임시국회 첫 본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을 표결한다. 여당이 의석수를 절반 이상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의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의결되지 못했다. 필리버스터는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 밤 12시까지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날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곧이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또 필리버스터 진행을 예고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진보정당과 무소속 의석의 협조를 얻어 5분의 3(180석) 요건을 채워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만에 종결시키고 11일 표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