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일방통행'...기피신청 기각·방어권 보장도 미진

"법무장관이 절차 지휘는 위법"
尹측 주장에 징계위는 "아니다"
내주 심재철 등 8명 증인 채택
어떤 결과 나와도 논란 불가피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10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10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열린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정면충돌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초반부터 법무부가 감찰 자료 일부를 제공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위원장으로 징계위를 지휘한 게 문제가 있다며 징계 청구 취소 등도 요구했다. 출석 징계위원 5명 가운데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징계위가 각종 이유를 들며 ‘일방통행식’ 편파 진행으로 일관한 탓이다. 당초 신청한 증인들이 징계위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1명 늘어난 점이 윤 총장 측이 그나마 얻은 소득이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징계위인 만큼 시작부터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른 아침 징계위에 출석하는 징계위원·증인들의 얼굴에도 침묵만 흘렀다. 정작 징계위가 시작됐지만 과정은 더디기만 했다. 검사징계법상 위법 여부 등을 두고 징계위와 윤 총장 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 탓이다. 징계위에 불참한 윤 총장을 대신해 변론을 맡은 이완규·이석웅·손경식 등 변호사 3명은 법무부 장관이 기일 지정 등 절차를 진행하는 게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청구권자는 위원장의 임무를 행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청구를 취소하거나 위원장 직무 대리가 다시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징계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구권자로서 심의에 참여하지 못할 뿐(17조)이지 징계위 소집(10조) 등 검사징계법에 명시된 위원장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에서다. 결국 징계위는 “정회 이후 기피 신청을 받는다”고 결론을 내리고 잠시 멈췄다.

징계위는 오후가 돼서야 본 게임을 시작했다. 윤 총장 측은 ‘공정한 심의가 어렵다’며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외부 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 4명에 대해 기피를 신청했다. 검사징계법 제17조(제척·기피·회피)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이 차관은 최근 텔레그램 대화에서 윤 총장 측의 검사징계법 헌법 소원에 ‘악수(惡手)’라고 평가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에서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변호를 맡아 공정성 시비에도 휘말린 바 있다. 심 국장의 경우 법무부 내에서 추 장관의 ‘심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외부 위원인 정 교수와 안 교수는 현 정부에서 법무검찰개혁위에서 활동한 바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사실상 징계위를 ‘친위대’로 뽑은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을 나가게 하는 등 비공개 논의를 거쳐 이 차관과 외부 위원 2명에 대한 윤 총장 측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윤 총장이 기피 신청권을 남용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빠졌다. 논의 과정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대부분 기피 신청 대상자라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본인들에 대한 기피 신청을 두고 당사자들이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5명 가운데 4명에 대해 유사한 이유로 기피 신청을 했으면 대상자들은 해당 의결에서 빠지는 게 정상”이라고 비판했다.

징계위는 증인 선정 등을 끝으로 9시간 30분 동안의 논의를 마쳤다. 징계위는 징계심의자료 보고, 특별변호인 의견 진술 등의 과정을 거쳐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는 애초 윤 총장 측이 신청한 7명보다 1명 늘어난 것이다. 성명 불상의 감찰 관계자는 보류하는 대신 심 국장과 이정화 검사를 추가하면서 증인이 한 명 늘었다. 속개되는 15일 징계위에서 증인 신문, 특별변호인 최종 의견 진술, 위원회 토론·의결 등 절차가 진행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걱정부터 앞선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이날 징계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보인 만큼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논의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 측 요구를 번번이 거부하고도 증인에 대해서는 직권 채택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것은 절차적 타당성을 쌓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며 “증인들이 나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론에 도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몰아가기식 진행이 이뤄진다면 ‘총장 찍어내기다’ ‘검찰 개혁을 앞세워 윤 총장을 탄압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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