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연합뉴스
미국에서 제약사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를 앞두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17일(현지시간) 모더나의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했다. FDA의 승인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심사 절차가 남긴 했지만 지난 13일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과 같이 후속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FDA 자문기구인 VRBPAC는 이날 미국의 제약·생명공학기업인 모더나가 신청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안건을 심의한 뒤 표결에 부쳐 찬성 20, 반대 0, 기권 1로 사용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VRBPAC는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은 위험성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FDA는 자문위 권고를 토대로 조만간 긴급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FDA 승인이 나면 백신의 배포가 가능하지만, 실제 접종을 하려면 CDC 자문위원회의 권고 결정과 CDC 국장의 수용 서명이 있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지난 10일 FDA 자문위의 권고 결정 후 13일 CDC 국장의 서명까지 ‘초고속’으로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늦어도 2∼3일 내로 후속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7∼18일 사이에 FDA가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FDA가 긴급사용을 승인하면 미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더나 백신을 승인하게 된다.
모더나 백신은 앞서 승인된 화이자의 백신처럼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활용한 백신이다. 기존 백신은 약화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얻었지만, 두 업체의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이용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난제였지만, 극도로 불안정한 물질인 mRNA를 활용한 백신 제조는 전 세계 제약업계가 지금껏 이뤄내지 못한 과제였다.
그러나 하버드대학의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벤처투자를 받아 2010년 설립한 모더나는 10년 만에 mRNA를 이용한 백신 제조에 성공했다. 특히 모더나는 같은 mRNA 방식의 백신이더라도 자신들의 백신이 화이자보다 효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해 유통이 쉽지 않았지만, 모더나 백신은 일반 가정용 또는 의료용 냉장고의 표준 온도인 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유통·보관도 더 용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FDA 자문위 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제임스 힐드리스 박사는 “1월에 유전자염기서열을 파악하고 나서 12월에 두 종류의 백신을 보유하게 된 것은 놀라운 성취”라고 말했다. 반면에 표결에서 기권한 국립보건원(NIH) 소속의 마이클 쿠릴라 박사는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사용승인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면서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한정해 접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 정부의 백신개발을 총괄하는 팀 ‘초고속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포함해 연말까지 4,000만 도즈(dose)의 백신을 미전역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들 백신은 2회 접종해야 정상적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2,0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