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관련 세제를 강화하자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시가격 1억원을 넘지 않으면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요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의 한 저가 단지는 올초만 해도 한 달에 거래 건수가 2~3건 수준이었는데 최근 40여일 동안 27건이나 거래되며 매매시장이 달아오르는 형국이 연출됐다.
20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11월부터 한 달 반 동안 경기 고양 일산서구 탄현동의 탄현7단지 부영아파트 전용 50㎡은 무려 27건이나 매매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매매건수 10배가량 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단지에서 유독 전용 50㎡ 평형만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해당 단지에는 전용 50㎡와 전용 59㎡, 두 가지 평형이 있는데 크기가 작은 전용 50㎡가 25건 거래되는 동안 전용 59㎡는 단 5건 거래됐다.
작은 평수에만 매수세가 몰린 이유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선 다주택자 취득세율 중과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1억원이 안되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택시장 침체 지역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제외한 바 있다. 공시가격 1억원 밑의 저가 주택에는 취득세가 단 1.1%만 적용된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다주택자 주택 수에 포함돼 중과된다.
고양시 탄현동 인근 공인 관계자는 “탄현 7단지 부영아파트 전용 50㎡의 공시가격은 저층의 경우 8,920만원이고, 중층은 9,850만원으로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반면 전용 59㎡는 저층이라도 공시가격이 1억 원을 넘는 탓에 50㎡에 대한 매수 문의가 하루에도 5~6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일산뿐 아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바 있는 경남 창원과 충남 천안에서도 공시가격 1억원이 안되는 주택이 불티나게 거래됐다. 전용 49㎡의 공시가격이 8,000~9,000만원대인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는 11월 한 달간 45건의 매매거래가 체결됐다. 이 아파트가 500가구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전체 가구 수의 10%에 달하는 집이 거래된 셈이다.
투기수요가 저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창원 은아 아파트 전용 49㎡는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1억 5,000만원 수준에서 매수할 수 있었지만 11월 들어서는 2억8,000만원에 실거래되며 가격이 두 배 뛰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공시가격 1억 원이 안 되는 주택을 구입하는 외지인들은 투자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수요자가 아닌 만큼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해당 지역 거주민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