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기준 안맞아 보증금 반환소송...대법 "건물주에 책임 물을수 없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연합뉴스

병원을 열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건축 기준 문제로 이행하지 못했다 해도 건물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한의사 A 씨가 건물주 B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5년 3월 한의원을 개설하기 위해 B 씨와 건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해당 건물이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 기관’ 입점은 가능하지만 ‘병원급 의료 기관’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A 씨는 임대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B 씨는 건축 기준을 알지 못했을 뿐 계약 해지 책임은 없다며 맞섰고 결국 A 씨가 소송을 냈다.

1심은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의료인이 아닌 B 씨가 의료법 허가 절차를 알고 있기 힘들다”며 “A 씨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병원급 의료 기관 개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2심에서 뒤집어졌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건물은 임대차 체결 당시부터 계약의 목적 달성이 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임대차계약은 원시적 이행 불능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결정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병원 운영 경험이 있는 A 씨는 병원급 의료 기관을 개설할 때는 규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병원급 의료 기관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B 씨가 책임진다는 점에 관해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초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의료 전문가인 A 씨가 관련 사항을 확인해야 하기에 B 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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