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관저에 도착해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마스크를 벗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결국 긴급사태 선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경제 충격을 이유로 재발령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고강도 조치 검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에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맞춰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긴급사태 선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도쿄도,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 등 4개 광역자치단체가 대상이다. 앞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와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 지사 등 수도권 4개 지역(1도·3현) 광역단체장들은 지난 2일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관장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에게 긴급사태 재발령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발령 검토 요청 이틀 만에 스가 총리가 직접 입장을 밝힌 셈이다.
스가 총리가 서둘러 코로나19 대응책을 발표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엿새 연속 3,000명을 넘었다. 일본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확진자가 6일 연속 3,000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확진자가 3,000명을 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전문가 회의를 거쳐 긴급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도통신은 이번 주 중 긴급사태가 선포될 것으로 전망했다. 닛케이는 지난해 4월에 이어 긴급사태가 또다시 선포되면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며 장기화할 경우 도쿄 올림픽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선포 검토 외에도 비즈니스 목적의 왕래를 재개한 상대국에서 변이 코로나19가 확인된 경우 즉시 왕래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백신 접종 일정에 대해서는 “승인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다음 달 하순 이전에는 시작하겠다”며 “나 자신부터 백신을 맞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병상을 늘리고 필요할 경우 자위대 의료팀을 투입해 의료 체계 붕괴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11일까지 중지된 여행 지원 사업인 ‘고 투 트래블’과 관련해서는 “긴급사태가 선언되면 여행 재개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그가 이르면 올 3월 말 퇴진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일본의 유력 정치 평론가인 고바야시 기치야는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아사히 최신호에서 이르면 오는 3월 말 2021회계연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스가 총리가 퇴진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슈칸 아사히는 이런 배경에서 스가 총리의 후임이 될 ‘포스트 스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며 유력한 후보로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을 거론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미국이 핵무기로 일본을 방위한다는 방침을 미일 공동성명에 명기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를 조율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