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녹 “내가 이겼어”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마리에타에서 상원 결선투표에 출마한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6일 개표 결과 워녹 후보는 켈리 뢰플러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상원의 다수당을 결정할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2석)에서 민주당이 한 곳에서 승리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공화당을 앞서고 있다. 민주당이 최종 승리할 경우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증세와 대규모 재정지출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표 차이가 작고 공화당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여서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조지아주 특별선거 결선투표에서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가 98% 개표 기준 222만 7,296표(50.6%)를 얻어 49.4%를 득표한 켈리 뢰플러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했다.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는 50.19%로 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후보를 0.3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NYT는 오소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95% 이상으로 점쳤다. NYT는 “개표가 남은 지역은 민주당에 유리한 곳들”이라고 전했다.
이대로 개표가 끝나면 바이든 당선인은 백악관과 하원·상원을 모두 차지하는 ‘블루웨이브’를 달성하게 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2석을 추가하면 50 대 50이 된다. 가부동수가 되면 현직 부통령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때 상원의원 선거를 함께 진행했지만 당선에 필요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어 이날 결선투표를 치렀다.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시행된 5일(현지 시간) 저녁 로런스빌에서 선거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경우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서는 임기 초반 국정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를 유지하면 바이든 행정부를 견제해 증세와 추가 부양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코너스톤매크로의 앤디 라페리에리는 “민주당이 최종 승리하면 법인세율은 21%에서 25%로, 최고 부유층에 대한 세율은 37%에서 39.6%로 올라갈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2조 달러 규모 지출 계획도 통과될 것”이라며 “공화당이 계속 과반을 차지하면 증세는 없을 것이고 지출 계획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 경제 방송 CNBC도 “일반적으로 중간선거에서는 백악관이 의회의 주도권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며 “블루웨이브가 될 경우 바이든 당선인은 초반 2년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종 결과 확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 장관은 최종 개표 결과에 대해 “군인을 포함한 해외 부재자 투표 도착 마감 시한이 8일 오후 5시인데 이것이 1만 7,000표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오전 워녹 민주당 후보가 “상원에서 모든 조지아 주민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며 승리 선언을 한 뒤에도 뢰플러 공화당 후보는 “우리가 이긴다”며 승복을 거부했다.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0.3%포인트 차이로 조지아주에서 패배하자 재검표를 요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열리는 지지자 시위 연설에서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도 바이든 당선인이 의회에서 대선 승리를 확정 지을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애리조나주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일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를 대선에서 잃은 데 이어 상원마저 내줄 경우 그의 대선 불복 전략에 따른 결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인당 현금 지급액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균열을 보인 공화당 지도부도 리더십에 상처를 받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지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투표가 (대선 이외에) 퇴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하는 투표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