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6일(현지시간) 열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인단의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 도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 펜스 부통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택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썼다. 전날 조지아주 유세에서는 펜스가 우리를 위해 해내길 바란다. 우리의 위대한 부통령이 해내길 바란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연이어 압력을 넣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상원의장을 겸하는 펜스 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뒤집으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당선인을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는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 회의를 주재하는 부통령의 역할도 각 주에서 제출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크게 읽고 당선인의 최종 승리를 선언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명백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지만 이 경우 차기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는 어렵고도 아마 부정적 결과만 낳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은 펜스 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자신이 대선 결과를 뒤집을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합동회의에 맞춰 지지자들의 거리 시위에 나가 연설을 하기로 했다. 지지자들은 이날부터 백악관 인근에서 ‘미국을 구하라’ 시위를 열었으며 합동회의가 시작되는 6일 오후 1시에는 의회로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지지자들의 대형 집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는 건 처음이다. 대선 이후 불복 행보를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을 겨냥한 세력 과시를 위해 연설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위가 격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워싱턴DC 당국은 주방위군 지원을 요청했으며 국방부는 이를 승인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6일 합동회의에서 대선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조시 하울리 상원의원은 각각 애리조나주, 펜실베이니아주의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에 나선 현직 켈리 뢰플러 상원의원도 조지아주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의 제기가 양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며 상원은 공화당이 주도하지만 이의 제기에 부정적 목소리가 크다. WP는 “이러한 반대는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 거의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며 많은 공화당 의원은 이의 제기가 민주주의에 위험하다고 지적해왔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김기혁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