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정책에 '전략적 인내' 언급…韓, 미중 사이 선택 압박 커질듯

"트럼프식 독단적 철퇴 지양…내부 분석·여야·동맹국 협의 통해 결정"
바이든, 대선때부터 다자주의 강조…동맹국 동참 압박 커질 수도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미·중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연합뉴스=AP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대중국 정책을 결정해 강행하지 않고 치밀한 분석, 여야, 동맹국들의 협의를 거쳐 최적점을 찾겠다는 의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 가능성을 묻는 말에 중국의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일부 전략적 인내를 갖고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이 꺼낸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일컫는 비공식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더라도 이를 철저히 무시하며 제재를 통한 압박으로 북한이 굴복하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이 이날 언급한 전략적 인내는 중국과의 대결에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충분한 분석과 협의를 거치겠다는 의미에 가까운 것으로 관측된다. 사키 대변인의 전략적 인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정부 내 소수 매파를 앞세워 독단적으로 강행한 대중국 강경책을 철회할 것이냐는 질문 때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는 중국 통신기업들이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와 관련된 사안인 까닭에 인내심을 갖는 접근법에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때 중국 제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의 존치 여부와 관련해서도 "미중관계와 관련한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라며 전략적 인내를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자신이 말하는 인내가 미국 행정부 내 유관 부처들 간 철저한 심의, 의회 내 민주·공화당의 초당적 논의, 동맹국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특히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대할 때 다자적 접근을 취할 것"이라며 "그는 동맹국과 파트너들, 의회에 있는 민주당, 공화당과 협의하는 단계를 모두 밟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표방하는 대중국 전략적 인내에서는 안보 동맹국들의 권한과 책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정책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동맹국의 의견이 수렴되고 동시에 해당 동맹국은 대중국 공동전선에 가담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벗어나 자국 안보문제를 동맹국들과 함께 다자주의적으로 풀어가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한국, 일본, 호주 정상들을 묶어 따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노력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전략적으로 설정한 명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치관이 비슷한 국가들과의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중국에 저항할 연대 세력으로 여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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