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3명 중 첫돌도 지나지 않은 2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1심에서 가해 부모의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해당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에는 지난달 6일 진정서 5통을 시작으로 2일 현재까지 377통이 날아왔다. 지난달 초 양부모가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화두가 되며 가해자 부모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원주 3남매 사건까지 이른 것이다. 한 진정인은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죽었는데 고의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솜방망이 처벌을 주는 생명 경시 행태에 가슴이 찢어지고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과 8년형을, 그보다 더한 형벌을 내려 제발 가엾고 불쌍하게 죽은 두 아이의 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만이 남았다. 재판부는 3일 오후 2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26)씨 부부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황씨는 2016년 9월 원주 한 모텔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을 생후 10개월이던 2019년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초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 곽모(24)씨는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황씨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들의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황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곽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황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한편 황씨 부부도 항소심 재판부에 8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