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쿼드'로 중국 압박 속도 내는데...韓은 여전히 '習 방한' 고려

바이든 정부 첫 쿼드 외교장관 회담 개최
미일, '방위비 협상' 타결 등 협력 속도
韓은 반중전선에 소극적 움직임 보여
한미-미일동맹 격차 벌어질 우려 제기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다국적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가 18일(현지 시간)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간 정상회담 추진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다가 민주 진영 외교에서 일본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일본·인도·호주 ‘중국 견제’ 머리 맞대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8일 일본과 인도·호주의 카운터파트와 화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쿼드는 참여 4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점증하는 정치적·상업적·군사적 활동에 대항해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결성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첫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고 두 번째 회의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개최됐다.


이번 쿼드 회의가 주목받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대부분 부정한 가운데 쿼드만큼은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참여국들의 연대로 견제하는 방안을 비롯해 회원국 간 온라인 정상회담 추진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본 언론들은 7일 4개국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도의 동의만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외교적으로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17일에는 아직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을 다시 논의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할 시점을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사이인 4~6월로 점치고 있다.




쿼드 플러스 논의도 본격화 전망


외교가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과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 외교장관 회담에서 쿼드를 확장하기 위한 이른바 ‘쿼드 플러스’ 구상이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을 비롯해 온·오프라인 정상회담 추진 등 미국과 일본의 협력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쿼드 협의체 참여를 주저한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게 나온다. 아직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운 외교를 유지하려는 기조가 강한 데다 올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일 삼각 안보 축에서 미일·한미 동맹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외교가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일본·호주·인도의 외교 수장들은 18일(현지 시간) 화상으로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원론적 차원에서 쿼드 확대를 도모하는 결의안을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쿼드를 두고 “인도·태평양에서 실질적 미국 정책을 발전시킬 근본적인 토대”라며 “우리는 정말로 그 형식과 메커니즘을 넘겨받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취임 이후 첫 통화를 나누며 쿼드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한미-미일동맹 격차 벌어질까 우려 고개


특히 동북아시아에서는 쿼드를 계기로 일본과의 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일 동맹은 어느 때보다 확고하고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상호 작전 운용성을 개선하고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훈련하고 연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날 미일 방위비 분담금을 1.2% 인상하는 1년짜리 협상이 타결된 것을 두고 “양자 관계와 동맹의 저변에 있는 안보 약속을 심화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당분간 반중 전선 참여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지난해 미국이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이 추가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언급하자 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9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쿼드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중 갈등 국면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 참여 국가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 정부는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추진하는 만큼 중국 측 눈치도 볼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진단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중전선 참여 소극적인 韓


최근 우리 정부가 중국·북한·이란을 겨냥해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등 58개국이 참여한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 선언’에 발을 뺀 것도 앞으로의 외교 방향을 판단할 가늠자로 평가됐다. 17일 이어진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는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을 논한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 장관에게 “이데올로기적 편가르기에 반대한다”며 견제구를 던진 일도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바이든 대통령과 첫 통화를 나눈 점과 미일 정상 통화 직전 시 주석과 먼저 통화를 가진 점도 역시 논란거리가 됐다.


정 장관은 이날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진행한 업무 보고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연계해 언급하면서 “중국과는 시 주석 방한 등 고위급 교류를 추진하고 양국 교류·협력을 전면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는 최대 핵심 국가로 정상회담도 한국보다 한두 달은 더 빨리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반해 한국은 중국을 계속 신경 쓰고 있어서 미일·한미 동맹 관계 간에 엇박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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