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잇달아 중징계를 예고한 데 대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9일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은행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비대면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감독 당국이 최근 내부 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상당히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각각 직무정지와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통보했다. 징계가 이대로 확정되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영상의 포괄적 책임을 실제 CEO 개인에 대한 징계로 연결 짓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회장 역시 이날 “감독 당국의 이번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의 원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범이라면 그 내용이 명확해 법적인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당국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 있다. 그는 “징계와 같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금융회사가 충분히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법규 문헌을 충실히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어 “대표이사를 감독자로 징계하는 사례가 상당히 보이고 있는데,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꼬집었다. 또 “일방적 관계가 아닌 상호 소통하고 존중하는 감독 행정이 이뤄져야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을 위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금융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가 높은 빅테크 기업와의 역차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디지털 금융 혁신 정책이 기존 금융권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하고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확대가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곳에서 제기돼왔다”며 “규제를 마련할 때는 빅테크와 핀테크를 구별해서 영향력이 큰 빅테크 플랫폼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영업 규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은행이 이익을 낼 때마다 ‘이자장사’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데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 이익이란 결국 중요한 생산요소인 자본에 대한 가격”이라며 “은행이 적정한 이익을 내야 실물경제에 원활한 자금을 공급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창출 기능을 주된 업무로 하는 은행의 성장과 우리 경제의 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국내 은행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8% 수준을 유지해야 일정 수준의 배당을 하면서 우리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ROE는 5.63%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 회장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실물경제 지원 △한국판 뉴딜과 혁신 금융 지원을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 △은행산업에 대한 고객 신뢰 제고 △은행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을 꼽았다.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