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힘펠 대표 "30년 환기가전 외길…코로나 시대 맞아 전성기 열렸죠"

[CEO&STORY-김정환 힘펠 대표]
프로펠러 일색 환풍기에 터보팬 도입
1990년대 신도시 아파트 붐 타고 성장
화장실 환풍기 시장 점유율 70% 달해
2011년부터 환기 시스템 시장도 진출
코로나로 환기 중요성 부각 매출 급증
지난해 700억 이어 올 1,000억 목표

김정환 힘펠 대표가 6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힘펠 신사옥 내 쇼룸에서 환기 청정기의 교체 가능한 필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밖에서는 태양광 모듈이, 안에서는 전열 교환기가 가동되면서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인다. 언뜻 거대한 연구 센터 같지만 이 건물은 지난 2019년 문을 연 제로 에너지 공장인 ‘힘펠’의 신사옥이다. 싸늘한 밖과 달리 실내는 히터 없이도 따스하다. 방 안 공기 상태는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숨쉬기가 답답하지 않다. 에어컨 모양의 스탠드형 환기 가전 ‘휴벤S’가 사무실 안의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고 있어서다.


“몇 사람이 방에 들어왔다고 벌써 이산화탄소 농도가 700ppm까지 올랐죠. 실내 이산화탄소가 1,000ppm을 넘어 1,500ppm까지 가면 당연히 머리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하거나 일하려 해도 환기가 안 되면 얼마 안 돼 꾸벅꾸벅 졸기 마련이죠. 그런데 환기 시스템이 가동되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600ppm, 500ppm으로 떨어지잖아요. 문을 열지 않아도 상쾌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예방할 수 있는 게 바로 환기 시스템의 힘입니다.” 6일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만난 김정환(사진) 힘펠 대표이사는 집무실 테이블에 놓인 실내 공기 질 측정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환기 전도사’로 불리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감염 예방을 위한 환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30년 넘게 환기 가전 제조에 전력투구한 힘펠은 최근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힘펠은 1989년 진도정밀화학에서 시작됐다. 18세인 1975년부터 주방 가구 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김 대표가 창업한 제조 기업이었다. 처음에는 대형 가구 회사에 납품할 ‘손잡이’를 만들었다. 지금이야 쉬워보이지만 국내 주거 환경에 주방 싱크대가 공급된 지 얼마 안 돼 부품의 디테일이 부족할 때였다. 김 대표는 “일본·독일의 각종 전시회를 다니면서 최대한 가볍고 튼튼한 손잡이 제조법을 연구해 만들었다”며 “이때 납품 업체 중 한 곳에서 환풍기도 한 번 만들어달라고 해서 시작한 게 지금 힘펠이 된 계기”라고 소개했다.


당시 환풍기라고 하면 국내에는 파란색 프로펠러 환풍기가 전부였다. 돌리지 않으면 연기고 벌레고 그대로 들어오기 일쑤였고, 바람의 강도도 턱없이 약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본 고급 환풍기들을 떠올리며 국산 환풍기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물론 손잡이를 만들 때 숙달한 사출 기술은 누구보다 자신 있던 터였다.


“프로펠러 일색이던 환풍기에 국내 최초로 터보팬을 적용해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처음에 거래처도 없어서 무작정 전국의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곤 했죠. 하지만 연탄가스 배기나 화장실 악취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퍼져나갔습니다. 20여 년이 지나서는 당시 참고했던 일본 업체의 환풍기 기술력을 다 따라잡았습니다.”


1990년대부터 전국 신도시에 우후죽순 아파트가 들어서자 환풍기 사업도 큰 기회를 맞았다. 김 대표는 주방 가구 부품 사업은 정리하고 환풍기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사 이름도 ‘진도리빙텍’에서 ‘힘펠’로 바꾸고 자체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꾸준한 제품 연구개발(R&D)을 통한 특허 기술로 기존 환풍기보다 흡입력이 세 배 이상 뛰어난 제트터보팬을 선보였다. 베어링 모터를 적용해 수명도 2만 시간으로 기존보다 네 배 늘렸다. 특히 GS건설의 제안으로 환풍기에 처음 녹색·빨간색 점등 표시를 부여하자 기능뿐 아니라 사용성도 우수한 제품으로 모두가 알아줬다.


“화장실 환풍기로 시장점유율 70%까지 성장하면서 환풍기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개선된 제품을 내놓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계속 개발에 정진했습니다. 최근에는 환풍만이 아니라 온풍, 헤어 건조, 보디 드라이 등 기능이 복합 탑재된 프리미엄 욕실 환기 가전 ‘휴젠뜨’까지 내놓게 됐습니다. 현재 신축 아파트는 물론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1순위 옵션으로 꼽힙니다.”


2011년부터는 환풍기 시장에 이어 환기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실내외 바람의 흐름을 조절해 공기 환경을 개선한다는 힘펠의 정신에 딱 맞는 신시장이었다. 대규모 시설이나 일부 가정에서는 천장에 설치된 환기구가 활용되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더불어 정부의 실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한 규제책으로 점차 환기 설비의 의무 설치가 확대되는 추세였다.


특히 힘펠이 주목한 것은 현장의 사용성이었다. 가장 방해가 된 것은 결로와 필터링이었다. 김 대표는 “기존 환기 설비들은 대부분 철재로 구성돼 있어 안팎의 온도 차로 생긴 습기에 녹슬기 쉬운 게 단점이었다”면서 “힘펠은 환기 덕트가 연결된 모터를 철재가 아닌 스티로폼 재질로 감싸는 방식을 채택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비용은 경쟁사 제품보다 비쌌지만 여기에 필터 교환도 가능하게 해 환기 시스템을 자주 쓰더라도 언제든지 소모품을 교체해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환기 시스템은 설치된 네 곳 중 한 곳은 존재도 모르고 작동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뒤집어보면 시장의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해 3,000억 원으로 평가되는 시장 규모가 조만간 수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환기 시스템에 한국산업표준(KS) 인증 기준이 마련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공기청정기보다 덜했던 관심이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것은 기회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실내 공기 질 유지·관리 기준 마련, 설비의 정비·점검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했는데, 환기 시스템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실내인데 안전을 위해 올바른 환기를 할 때입니다.”


힘펠은 올해를 ‘환기 가전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천장에 설치하는 환기 시스템 휴벤C·E와 스탠드형 환기 가전 휴벤S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은 전년보다 11% 성장한 737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러시아 등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100만불수출탑’을 수상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한민국녹색경영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 벽에 걸린 달력의 지난 날짜는 뜯겨져 없었다. 그는 “지난날은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리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뜯긴 빈칸을 보고 더욱 시간이 아깝다고 깨닫기도 하지요. 올해는 환기 시스템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환기가 코로나19도 예방할 수 있고 전열 교환으로 후손을 위한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몰입하겠습니다.” /이재명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이호재 기자 s02079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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