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찌르는 통증, 대동맥 박리 의심을…고혈압 있다면 더 주의해야

극심한 고통, 심근경색과 혼동 쉬워
가슴 앞→등 뒤로 통증 이동이 특징
인조혈관으로 대체 응급수술 필요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이다. 심장에서 온 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내는 첫번째 통로다. 도로로 치면 일종의 고속도로인 셈이다. 일반도로 보다 고속도로에서의 사고가 더 치명적인 것처럼 인체에서 제일 큰 혈관인 대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그만큼 위험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질병은 대동맥 박리(벗겨 짐)다. 급성 대동맥 박리가 발생한 환자들 중 많게는 40% 가량이 현장에서 사망할 정도다. 환자 대부분은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평생 겪어보지 못한 통증을 느끼며 응급실을 찾는다.


안재윤 경북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심근경색 환자지만, 약 14명 가운데 1명 꼴로 대동맥 박리 환자도 응급실을 찾는다”며 “고혈압이 있는 50~60대 남성 중 통증의 위치가 변하는 환자의 경우 대동맥 박리를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특히 상행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망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속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 기준 일반적으로 지름 3㎝ 내외인 대동맥은 크게 심장에서 목을 통해 머리로 올라가는 상행 대동맥과 심장에서 나와 아치를 그리며 유턴해 복부를 향해 내려오는 하행 대동맥으로 나뉜다. 하행 대동맥은 다시 위치에 따라 흉부 대동맥과 복부 대동맥으로 구분된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이같은 대동맥의 가장 안쪽의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내막의 찢어진 곳으로 강한 압력의 혈액이 파고 들면 혈관은 부풀어 오르거나 파열된다. 약 30%∼40% 환자가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할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응급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틀 이내에 50%, 한 달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강동경희대병원의 설명이다.


대동맥 박리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는 고혈압이다. 대동맥 박리 환자의 70%∼90%는 고혈압을 앓고 있다. 노화·고혈압 등으로 대동맥 벽이 약해진 상황에서 혈압이 오르다보면 박리가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50∼60대 남성의 발병률이 특히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남성은 50대(1,418명)·60대(1,435명)·70대(1,164명)가, 여성은 70대(1,223명)의 환자 수가 1,000명을 넘었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극심한 가슴 통증이 갑자기 시작된다. 상행 대동맥에 발생한 경우는 가슴 쪽, 하행 대동맥에서 발생한 경우 주로 어깨뼈 부위에서 통증을 느낀다.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일평생 경험한 가장 심한 통증으로 꼽는다. 명지성모병원 측은 “심근경색은 가슴에서 시작해 턱 아래와 팔로 방사되는 통증을 주로 보이는 반면 대동맥 박리는 가슴 앞쪽부터 시작해 등 뒤 쪽으로 방사되거나 찢어지는 듯한 통증 부위가 계속 변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행 대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경동맥이 차단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뇌 혈류에 이상이 생기면 몸의 한쪽 감각이 없어지거나 마비가 오는 등 신경학적 증상도 발생한다. 상행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인한 급사 위험이 커 신속하게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수술은 박리가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고 찢어진 내막을 포함한 대동맥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술의 사망률은 약 5~20%로 비교적 높지만 최근에는 성공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행 대동맥 박리는 파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내과적 치료를 먼저 한 후 상태를 살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조상호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박리만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일차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대동맥 판막증 등을 앓는 고위험군은 혈압이 높으면 대동맥이 늘어나다가 대동맥 박리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박리가 발생하기 전에 추적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상호(오른쪽)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심장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동경희대병원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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