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의 세상보기] 발등의 불 된 온실가스 감축 약속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바이든도 온실가스 추가감축 압박
탈원전 벗어나 산업 규제 풀어야
탄소 국경세에도 선제 대응 필요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렸다. 미국은 회의에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지난 2005년 대비 5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연내 제출하겠다고 약속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폐막 연설에서 한국으로부터 고무적인 발표를 들었다고 답했다. 적극적인 감축 계획을 만들어내라는 뜻이다. 바이든 당선을 전후해 각국이 발표한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함이다.


탄소 중립은 쉽게 얘기하면 불 땔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산업용·수송용·난방용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고 둘째, 전기를 만들 때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휘발유 차와 주유소가 없어지고 석탄을 달궈 쇳물을 녹이는 용광로도 사라진다. 숲을 조성하거나 탄소포집기술(CCUS)을 활용하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조금 흡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료로 불을 때 에너지를 만드는 세상이 끝나게 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 2050년, 즉 올해 태어난 아이가 30대가 되기 전에 완전히 다른 경제사회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일이므로 그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각국이 중간 목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11월 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열린다. 한국이 온실가스 추가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할 사실상 시한이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4.4%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제적으로도 낮고 2050년 제로 목표에 비추어도 미흡해 추가 상향이 불가피하다.


친환경 넥타이를 맨다든가, 흑백 TV 화면에서 연설하는 등의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 국내외적으로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는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 생산, 산업 시설의 전환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한정된 예산으로 그린 뉴딜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으로 민간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높이는 대책이 바람직하다.


탈원전의 굴레도 벗어야 한다. 현 정부에서 원전은 금기어처럼 됐으나 실제 원전은 2019년 발전 비중의 25.9%,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30년 비중도 25.0%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대폭 늘어도 기후·지형 등으로 상시적 전력 생산이 어려워 24시간 기본 전력 수요를 담당하는 원전 비중을 줄이기 어렵다. 정부가 석탄 발전을 LNG로 전환하지만 이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미세먼지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아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멈췄다가 9개 발전소를 다시 가동했다. 지난주 정상회의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확대 약속으로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실질적으로 높이려면 공사 도중 중단했던 신한울 3·4 호기 건설과 원전 수명 연장 문제를 진지하게 재고해야 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해 생산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 움직임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미국도 국내정치적인 요구에 따라 외국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수출산업 구조를 전환하고 고열량 소요 산업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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