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인구 국가인 중국에서 인구감소 실현 여부가 논란이다. 해외 언론에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지난해 인구감소가 발생했다고 보도한데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도 이르면 2022년에 인구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중이다. 어쨌든 ‘인구절벽’은 예상보다 빨리 온 셈이다.
출생률의 하락으로 중국 노동연령 인구는 이미 2010년대 초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총인구까지 줄어들 경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임금 인상과 노동력 조달에 비상이 걸리면서 글로벌 경제에까지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의 논란은 지난 2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기사에서 비롯됐다. FT는 이날 기사에서 중국 인구 정책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중국 총인구가 감소해 14억명 아래로 떨어졌고 중국 정부내에서 이를 심각하게 여겨 인구데이터와 영향을 조사하며 최종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인터뷰한 한 전문가는 “중국의 인구감소 속도와 규모는 당초 생각보다 더 빠르고 크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중국 총인구는 14억5만명이었다. FT 기사가 논란이 되면서 국가통계국이 직접 해명했다. 국가통계국은 29일 오후에 홈페이지에 올린 한 줄짜리 성명에서 “중국 인구는 2020년에도 계속 증가했고 구체적인 통계는 제7차 전국인구 센서스 발표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매체도 논란을 부채질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29일 기사에서 인구 전문가를 인용해 “지난해 인구감소는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현재의 출생률 곡선을 볼 때 이르면 2022년에 실제 인구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 매체가 2020년은 아니지만 2022년에는 인구감소가 시작된다고 인정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의 주장은 이렇다. 중국에서는 이민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망과 출생만 따지만 된다. 일단 매년 1,000만명 내외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출생자는 1,465만명이었다. 지난해 출생자가 전년대비 15% 감소했다고 해도 1,200만명 가량은 태어났고 이는 사망자 숫자를 넘는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런 속도로 출생률이 감소할 경우 2022년에는 정말로 인구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도 인정했다. 2016년에는 1,786만명이 태어났었다.
다만 올초에 중국 공안국이 공개한 지난해 호적등록 기준 신생아 숫자가 1,003만5,000명에 불과했다는 것이 새로운 걸림돌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에 대해 “중국의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바로 등록하지 않아 실제 출생아는 더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호적등록 신생아 숫자가 전년대비 14.9% 줄었던 것을 기준으로 글로벌타임스도 “15% 감소”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쨌든 중국의 인구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에 총인구가 감소한다면 이는 1961년 대약진운동의 후유증으로 인해 농촌을 중심으로 중국 총인구가 감소한 이래 60년만이다. 한국·일본 등의 사례에서 볼 때 인구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앞으로도 이를 반등시키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든 논란은 중국이 인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면서 비롯됐다. 중국은 10년마다 인구센서스를 하는데 최신판인 제7차 조사는 지난해 말 실시됐다. 당초 4월초에 공개될 예정이었던 이의 결과가 계속 늦어지면서 다양한 해석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중국 국가통계국은 출생·사망 신고를 바탕으로 앞서 2019년말 중국 총인구가 전년대비 467만명이 증가한 14억5만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인구 피크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중국인구발전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 인구전망 2018’에서는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3,9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최근에는 2025년 전후에서 인구감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왔다. 이제 피크가 2021년으로까지 온 것이다.
당초 중국의 출생률 하락은 그동안 40년 가까이 유지된 ‘한 자녀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자녀 정책’은 2016년부터 폐지됐다. 그럼에도 중국의 출생률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사회구조 변화와 미래 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강해지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